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
  • 기사출고 2023.12.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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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임기 의식하지 않고 소임 다할 것"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2월 1일 취임했다. 이 헌재소장은 취임사에서 "헌법재판소가 권위를 가지고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 독립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재판 독립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행이라는 벽 뒤에 숨어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의 헌법재판소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며 "짧은 임기를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헌재소장의 임기는 헌법재판관 임기가 종료되는 2024년 10월까지다.

이 헌재소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정치적 · 경제적 양극화는 헌법재판소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다"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수록, 우리는 기본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2월 1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2월 1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회는 11월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총투표수 291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61표, 기권 26표로 가결했다. 

다음은 이 헌재소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오늘 저의 취임식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5년 전 저는 헌법재판관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이곳 청사에 처음 들어섰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상징인 백송을 바라보면서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는 5년 전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받게 하고, 정치적 · 이념적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동료 재판관과 연구관, 직원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저의 첫 다짐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만, 많은 점에서 저의 다짐과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동료 재판관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헌법재판소장의 막중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지혜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35년간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내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국민들께서도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이룩한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헌법재판소에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계십니다. 저는 우리가 스스로에 대하여 최고 사법기관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최고 규범인 헌법을 통해 부여한 것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권위도 가질 수 없고 어떠한 헌법재판도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권위를 가지고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 독립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창립 이래 줄곧 정치적 중립에 기초하여 재판의 독립을 지켜왔지만,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는 더욱 엄격한 성찰과 각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재판 독립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창립된 지 벌써 35년이 지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성과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특히 전임 유남석 소장께서 '재판 중심의 재판소' 운영을 통하여 국민들의 높은 신뢰를 잘 유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창립 50주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한 번의 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에 안주하는 조직은 어떠한 미래도 꿈꿀 수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더 나은 미래의 헌법재판소를 만들어갈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관행이라는 벽 뒤에 숨어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놓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우선, 재판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 · 인사  · 운영  · 심판절차 전반을 점검하고 장기적 · 단기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연구인력의 확충 및 적정한 배치, 연구업무의 효율성 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의 확보와 인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줄이고, 의례적인 행사를 자제함으로써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산시스템의 효율화와 심판규칙 등의 개선을 통해 절차가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재판연구 역량과 사무처리 역량의 지속적 강화를 위해 교육 · 연수 · 인사제도의 개선 및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개헌이나 통일 등 불확실한 상황 변화에 대비한 헌법재판 제도의 연구 역시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헌법재판소는 조직의 규모가 크지 않고 예산 사정도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 내에서 여러분께서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 역량 증진이나 건강관리 등 복지제도에 관하여 여러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재판관, 연구관, 직원 여러분들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저는 짧은 임기를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제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들을 제 임기 내에 이루기 위하여 성급히 계획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헌법재판소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놓는 발판 하나가 헌법재판소의 미래를 향한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정치적 · 경제적 양극화는 헌법재판소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과제를 남기고 있습니다.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수록, 우리는 기본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고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