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60조의6 1호는 "군인등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군사기지법) 2조 1호의 군사기지에서 군인등을 폭행한 경우에는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형법 260조 3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6월 15일 평택시에 있는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병사의 뺨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전 육군 대령 A(57)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927)에서 캠프 험프리스도 군사기지법 2조 1호의 '군사기지'에 해당된다고 판시, 형법 260조 3항에 따라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A씨는 주한미8군한국군지원단에서 일하던 2018. 3. 초순 12:00쯤 평택시에 있는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병사가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른쪽 손바닥으로 이 병사의 왼쪽 얼굴 부위를 5~8차례에 걸쳐 툭툭 치는 방법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이 A씨의 범행 장소인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의 군사기지로서 군사기지법 2조 1호의 군사기지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군형법 60조의6 1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1심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이유로 1심을 깨고 군검사의 공소를 기각하자, 군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 등 각 규정의 문언과 내용, 입법목적 및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 등을 고려하면, 군인등이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서 군인등을 폭행했다면 그곳이 대한민국의 영토 내인지, 외국군의 군사기지인지 등과 관계없이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에 따라 형법 제260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는 '군사작전 수행의 근거지'를 군사기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러한 근거지가 대한민국의 영토 내일 것을 요한다거나 외국군의 군사기지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여 국가안전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기지법의 입법목적(제1조)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가 되는 이상 이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보호하여야 할 대상인 군사기지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군사기지법 제2조 제1호의 정의규정이 정한 군사기지의 개념요소, 즉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는 그곳이 대한민국 영토 밖이든 외국군의 군사기지이든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장기간의 병영생활이 요구되는 병역의무의 이행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대한민국의 국군 군사기지와 동일하므로, 그곳에서 일어난 폭행에 대해서는 형법상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소속된 부대는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대한민국의 국군부대로 그 본부가 '캠프 험프리스' 안에 위치하고, 부대장인 피고인과 부대원인 피해자 모두 '캠프 험프리스'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범행 장소는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범행 장소가 대한민국의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비록 '캠프 험프리스'가 외국군의 군사기지라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일어난 이 사건 범행은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가 적용되는 군사기지에서 벌어진 군인의 군인에 대한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에서 말하는 '군사기지'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2021년 9월 개정된 군사법원법 10조는 고등군사법원을 없애는 대신 그 권한을 서울고법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