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용역업체 근로자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의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했으나, '격일제 교대근무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용역업체 근로자의 채용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6월 15일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용역업체 직원 A씨에 대한 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39034)에서 이같이 판시,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으며, 법무법인 화우가 항소심부터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를 대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본사 사옥의 시설관리업무에 관해 외주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용역계약을 체결해 왔는데, 한국도로공사가 2015년 12월경과 2016년 11월경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에 배부한 과업지시서에는 '용역업체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7월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사건 정부지침)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를 자회사로 설립해 종전까지 용역업체에 맡겼던 시설관리업무 등을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에 위탁하고 용역업체 소속 시설관리 근로자들을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8년 6월 한국도로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설립되어 두 달 뒤 업무를 개시한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는 용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격일제 교대근무 형태의 단속적 근로조건에 관한 합의서'의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으나, A씨는 그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합의서를 제출한 다른 25명의 근로자들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A씨의 채용을 거부하자 A씨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부당해고라고 판정,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가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의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지침에 따라 자회사인 원고를 설립하여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노 · 사 · 전문가 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 채용의 요건과 절차를 설정하였으며, 실무협의회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을 협의하였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참가인(A) 등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장차 원고의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되리라는 상당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시설관리업무는 상시 ·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무이고, 한국도로공사가 용역업체에 배부한 과업지시서에 고용승계 조항이 명시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용역업체 변경 시 새로운 업체가 종전 용역업체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고용을 대부분 승계하는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관행까지 더해져 근로자들은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그 소속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신뢰를 더욱 크게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원고는 참가인 등의 업무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의 단속적 근로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위 조항에 따른 승인을 받기 위해 참가인 등에게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그렇다면 원고가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채용을 거절한 것은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근로조건을 거부하였음을 이유로 삼은 것으로서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63조 3호에 따르면,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람에게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 사무를 위임받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장은 2018년 6월 A씨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 25명에 대해 이 근로자들이 제출한 합의서에 기초해 이들이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것을 승인했다가, 2020년 12월 이 근로자들의 업무가 단속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인을 취소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