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초자산 實在' 제대로 확인 안 한 자산유동화대출 주관사에 60% 배상책임 인정
[금융] '기초자산 實在' 제대로 확인 안 한 자산유동화대출 주관사에 60%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3.06.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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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에 75억원 지급하라"

자산유동화대출의 주관사가 기초자산인 매출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손해의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27일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가 자산유동화대출 주관사인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22다241011)에서 이같이 판시, 하나은행의 책임을 60% 인정, "하나은행은 신한금융투자에 75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앤장과 법무법인 KHL이 신한금융투자를 대리했다.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화우와 광장이 대리했다. 

김앤장 · KHL vs 화우 · 광장

하나은행은 A사와, A사가 B사에 대해 가지는 단말기공급계약, 대리점계약에 따른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대출(ABL) 거래를 하기로 하고, 위와 같은 유동화대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C사를 설립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2011년 6월 A사가 B사에 대해 가지는 현재와 장래에 발생할 매출채권을 하나은행에 신탁하기로 하는 금전채권신탁계약을 A사와 체결하면서, 그 특약으로 A사, C사와 위 신탁관계에 따른 제1종 수익권을 C사에게 설정하여 주고, C사는 하나은행으로부터 위 수익권 취득자금을 대출받은 후 위 수익권에 따른 수익으로 위 대출원리금을 분할 상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이 C사에게 제1종 수익권의 취득자금을 대출하기로 하는 대출약정이 체결되었고, 이후 위 신탁계약과 대출약정에 따라 2011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40여회에 걸쳐 1,993억여원이 대출되었다.

하나은행은 2013년 10월 C사 외에 새로운 특수목적법인으로 D사를 설립해 위탁자를 A사 대신 E사로, 제1종 수익권자를 C사 대신 D사로 하여 (A사와의) 선행 자산유동화대출과 동일한 방식의 거래를 계속하기로 하고 신한금융투자에 지급보증을 요청했다. 지급보증에 따른 대출약정서에는 '대주(하나은행)는 매출채권의 확인 등 본건 대출 관련 내용을 성실히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하나은행은 대출약정에 따라 D사에 124억여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2014년 2월 금융감독위원회가 저축은행들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A사와 E사가 B사와 사이에 단말기공급계약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A사와 E사 대표자가 B사 직원 등과 공모해 B사 명의의 단말기공급계약서와 대리점계약서, 매출채권확인서, 매출채권 승낙 신탁서 등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마치 A사와 E사가 B사와 단말기공급계약과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B사에 대해 매출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허위의 외관을 작출해 이 사건 자산유동화대출과 같은 방법으로 은행들로부터 위와 같이 허위인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음으로써 대출금 상당액을 편취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하나은행은 2014년 2월 17일 D사에게 '대출약정에 따라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으므로 즉시 대출원리금 잔액을 상환할 것'을 통지하고, 신한금융투자에게 '대출약정에 따른 지급보증금을 지급할 것'을 통지했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는 '대출약정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취소하므로 하나은행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며 대출약정에 의해 지급받은 지급보증수수료 1,300여만원을 E사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자 하나은행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지급보증금 청구소송을 냈고, 판결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하나은행에 대출원금 124억여원에 이자와 지연손해금 43억여원을 더한 대출원리금 합계 167억여원을 송금해 반환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는 "하나은행이 대출 과정에서 B사 명의의 사업협약서와 매출채권확인서 등 매출채권과 관련한 문서가 위조된 채 제출되는 등 매출채권의 실재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대출약정이 정한 의무를 위반하고 대출을 실행해 지급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며 대출원리금 167억여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대출약정에 따른 매출채권 확인의무 위반과 원고가 손해라고 주장하는 지급보증책임 부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신한금융투자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어 하나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60% 인정, "하나은행은 신한금융투자에 75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신용질서 유지 및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 유지를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하여야 할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점(은행법 제1조와 대법원 2000다9086 판결 참조), 주관사가 자신이 설계한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거래상대방을 유인할 경우 그 거래상대방의 합리적인 판단을 담보하려면 해당 상품의 위험에 대한 확인이 선행되어야 하는 점, 위와 같은 위험을 창출한 주관사에게 그 위험에 대한 조사를 맡기는 것이 형평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주관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한 점, 만약 주관사가 참여자들을 상대로 위와 같은 실사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주관사의 도덕적 해이를 통제할 수 없어 부실한 대출이 만연해질 수 있고, 그 결과 정보접근에 있어서 불리한 개별 참여자들이 각자 높은 비용을 들여 정밀한 실사를 거듭하여야 하므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주관사는 자신이 설계한 자산유동화대출과 관련하여 그 기초자산에 관한 실사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이러한 주관사의 실사의무는 개별 약정이나 참여자의 유형에 따라 그 구체적 요구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나, 기초자산이 자산유동화대출과 같은 구조화 금융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기초자산이 실재(實在)하고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실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산유동화대출과 같은 구조화금융을 설계하는 것을 건물 건축에 비유한다면 기초자산은 건물의 토대라고 할 수 있고, 기초자산이 실재하지 않는 구조화 금융은 토대 없는 건물과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A사의 담당 부서에 문의하였거나, A사의 법인인감증명서를 징구하는 등으로 이 사건 매출채권 확인의무를 이행하였다면 각 매출채권 확인서의 위조 사실이 드러나 이 사건 대출이 실행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어떠한 지급보증의무도 부담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가 위와 같은 매출채권 확인의무를 게을리한 탓에 대출이 실행되었고 그 결과 원고가 피고에게 대출원리금 합계 16,797,565,722원 상당의 금원을 지출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위 대출원리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출원리금 중 (피고가 원리금 잔액을 상환할 것을 통지한 다음날인) 2014. 2. 18. 이후에 발생한 이자 및 지연손해금은 원고가 자신의 지급보증금채무의 이행을 지체함에 따라 발생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피고의 매출채권 확인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의 매출채권 확인의무 위반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대출원금과 2014. 2. 17.까지 발생한 이자 합계 125억여원으로 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①보증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주채무자의 자력을 조사하는 것이 통상이고, 이 사건 대출약정도 피고에게 매출채권 확인의무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피고로 하여금 대출이 실행되기 전 원고로부터 매출채권 발생에 관한 제반서류(세금계산서 등) 및 매출채권 확인서를 확인받도록 함으로써 원고에게도 매출채권의 실재성 확인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점, ②원고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금융기관으로서 자산유동화대출의 기초자산을 조사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구비한 점, ③그럼에도 원고는 지급보증약정 체결시부터 대출 실행시까지 매출채권의 실재성에 관하여 직접 조사를 한 바 없고, 피고로부터 종이 세금계산서와 A사의 법인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아니한 매출채권 확인서를 수령하였음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대법원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의 판단에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손해배상의무의 지체책임 기산점,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 지급보증인을 위한 대주의 매출채권 확인의무, 처분문서 해석, 구조화금융 주관사의 실사의무, 채무불이행의 증명책임, 지급보증, 손해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