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ltech] '판례검색' 엘박스
[Legaltech] '판례검색' 엘박스
  • 기사출고 2023.06.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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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요청' 서비스 히트,
한 달에 10만개씩 판례 추가

리걸테크 기업들이 서비스를 다각화하며 발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리걸타임즈가 판례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엘박스를 찾았다. 3년 전 후발주자로 출발해 '빅 3'로 발전한 성공사례 중 하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지평, 바른, 대륙아주, 현,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위어드바이즈, YK, 린, 한누리, 로고스…

'판례검색 사이트' 엘박스(LBox)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파트너사 즉, 고객 로펌 명단들이다. 로펌들뿐만이 아니다. 엘박스를 이용하는 파트너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융감독원, 국방부, KDB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으로 이어지며, 삼성물산, 롯데쇼핑, LG유플러스, SK 등 일선기업도 수십 개 포함되어 있다. 엘박스는 기관 회원에 해당하는 파트너사를 약 300개로 소개했다.

하급심 비중 97%

2020년 3월 서비스를 본격 개시한 엘박스가 보유한 판례 수는 5월 24일 현재 231만여 건. 이 많은 판례 중 1, 2심 판결문을 합친 이른바 하급심 판례가 97%를 차지한다. 사실관계가 상세하게 들어있는 하급심 판결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엘박스의 강점 중 하나다. 또 유료회원 8천명을 포함해 전체 회원이 6만명으로, 전체 변호사의 약 30%에 해당하는 1만 3천명의 변호사가 엘박스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일선 변호사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판례검색 스타트업인 엘박스를 창업한 이진 대표. 그는 김앤장에서 5년간 근무한 변호사 출신 CEO이기도 하다.
◇판례검색 스타트업인 엘박스를 창업한 이진 대표. 그는 김앤장에서 5년간 근무한 변호사 출신 CEO이기도 하다.

리걸타임즈가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엘박스의 이진 대표를 만나 후발주자로 시작한 엘박스가 판례검색 사이트의 인기 있는 '빅 3' 중 하나로 발전한 성공비결을 짚어보았다. 판례검색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는 리걸테크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로도 주목된다. 이진 대표에 따르면, 리걸테크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데이터 비즈니스이고,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들이 다뤄질텐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판례 데이터라는 얘기다.

이야기는 이진 대표가 2017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퇴사할 때부터 시작된다. 그는 연세대 법대 재학 중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 CEO로, 공군 법무관 근무를 마친 2012년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앤장에선 5년간 M&A 거래 등 기업 자문업무를 담당했다. 한 달에 300시간 이상씩 업무시간을 써내며 로펌 변호사로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로펌에서 유학을 보내줄 무렵 김앤장을 나와 자비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것도 로스쿨이 아닌 비즈니스 스쿨의 MBA 과정이 행선지였다. 이 변호사는 2017년 부인, 아들과 함께 장학금을 받게 된 UC 버클리로 떠났다.

다른 일 해보고 싶어 김앤장 퇴사

이 대표는 "김앤장을 나오게 된 건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김앤장에서의 시간은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김앤장에서 변호사 일을 하며 익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다른 일은 스타트업 창업이었다. 그것도 처음엔 스타트업이 많이 발달한 미국에서 창업하는 것을 꿈꿨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도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년간 공부한 끝에 UC 버클리 MBA를 취득했다. 약 두 달간 집중적으로 공부해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서 언어의 한계 등을 절감하고 창업 장소를 한국으로 수정, 한국으로 돌아왔다. 창업 업종도 미국에 갈 때와는 달라졌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리걸테크로 방향을 정해 귀국하기 한 달 전인 2019년 5월 자본금 2천만원으로 ㈜엘박스의 전신인 ㈜리걸텍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판례검색 사이트의 개발에 착수했다.

◇엘박스 캡처 화면
◇엘박스 캡처 화면

"리걸텍을 설립할 당시 이미 판례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여섯 개의 리걸테크 업체가 있었어요. 해당 사이트를 모두 꼼꼼히 분석해 보았는데, 변호사 출신인 제가 만든다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시작했죠. 처음엔 제가 직접 이미지 파일 형태로 입수된 판결문을 타이핑 쳐가며 판결 데이터를 만들었어요.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 2~3시까지 열심히 타이핑해서 판결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이 대표가 판례 데이터 서비스로 스타트업의 방향을 잡은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1년에 150만개 판결 선고

"판례라는 게 소송의 승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어떻게 보면 법률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데이터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국 법원에서 매년 약 150만 개의 판결이 나올 정도로 데이터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판례 데이터를 변호사 등 유저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이 대표는 이어 "법원의 판결 공개율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처음엔 판례 데이터를 대량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드린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큰 것이었다"고 소개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판례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 유저들이 판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보고,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엘박스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엘박스의 판례검색 서비스는 리걸텍 설립 약 1년 후인 2020년 3월 본격 시작되었다. 김앤장 출신의 변호사가 만든 판례검색 사이트라는 입소문이 나며 빠르게 회원을 확보해 나갔다. 특히 이 무렵 함께 론칭한 '미등록 판례 요청' 서비스가 엘박스가 빠른 시간에 많은 판례를 구축하고 회원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엘박스에 따르면, 엘박스 유료회원이면 무료로 '미등록 판례 요청'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무료회원에게도 월 3회까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열람제한 대상이 아닌 확정판결의 경우 영업일 기준 1~2일 내에 엘박스가 판결을 확보해 이메일로 제공한다.

◇엘박스는 공유오피스인 서울 언주로의 패스트파이브 학동점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31명. 웹프로그래머 등 기술 전문가들이 많다.
◇엘박스는 공유오피스인 서울 언주로의 패스트파이브 학동점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 직원은 31명. 웹프로그래머 등 기술 전문가들이 많다.

이진 대표는 "등록요청을 한 회원에게 판결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엘박스 입장에서도 해당 판결을 사이트에 추가해 판결 데이터가 확충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변호사 회원들이 등록 요청한 판결은 실무에 활용도가 높은 중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어 엘박스 데이터의 퀄리티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환영했다. 한마디로 변호사 회원이 늘어나면 이들 변호사 회원들의 미등록 판례 요청을 통해 더 많은 좋은 판결들을 확보해 데이터를 확충하고, 양질의 보유 판례가 늘어나니까 또 회원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통해 엘박스의 판례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엘박스의 판례 DB는 어떻게 보면 변호사들의 니즈를 반영해 구축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변호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이트가 엘박스 판례검색 사이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엘박스에 따르면, 한 달에 추가되는 판결 수가 약 10만개에 이른다. 대부분이 변호사 회원 등의 미등록 판례 요청 서비스를 통한 것으로, 한 달에 2백~3백개씩 판례 등록을 요청하는 회원도 있다고 한다.

'판례지도 뷰' 서비스 제공

이 대표는 다량의 판례 DB 확보와 함께 231만 개가 넘는 판례 데이터 분석을 통한 판례 경향 추출 등 리걸 애널리틱스(legal analytics)를 엘박스의 발전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구현되어 제공되고 있는 '판례지도 뷰' 서비스 등이 그중 하나로, 이 대표는 "데이터의 힘으로 법률시장을 혁신하자는 게 엘박스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판례지도 뷰' 서비스는 특정 키워드에 관련된 수십만 개 판례의 중요도, 영향력 등을 지도처럼 보여주는 서비스다.

"법률 문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요. 엘박스는 이 점에 착안하여 방대한 법률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를 기초로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프로덕트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생각입니다."(이진 엘박스 대표)

◇파워포인트 10장으로 시드 투자 3억 유치=엘박스의 설립자인 이진 대표는 경영자로서도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리걸텍을 설립한 지 두 달만인 2019년 7월, 아직 엘박스의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인데도 엘박스의 사업계획을 담은 파워포인트 10장으로 벤처캐피탈사로부터 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주인공이다. 이어 2020년 8월 프리A 투자 12억원 유치, 2021년 9월 시리즈A 투자 40억원 유치에 이어 2022년 12월 180억 투자에 이어 올 2월 삼성벤처투자의 20억원 투자까지 2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팁스 이어 신보 '퍼스트펭귄' 선정

또 2021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에 선정되었으며, 올 3월엔 신용보증기금(KODIT)의 유망 스타트업 보증 제도인 '퍼스트펭귄'에 선정되었다. '퍼스트펭귄'이란 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처럼 현재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기업을 의미하는 신용보증기금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제도로, 엘박스는 퍼스트펭귄 선정으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총 15억원의 신용보증을 지원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법률, 세무, 전문 경영컨설팅 서비스 등도 제공받게 되었다.

이 대표와 재판연구원 출신의 변호사 등 변호사 출신 2명을 포함한 엘박스의 전 직원은 31명. 공유오피스인 서울 언주로의 패스트파이브 학동점에 위치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