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 · 재판 동향
[Focus]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 · 재판 동향
  • 기사출고 2023.06.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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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건 기소, 2호 판결까지 나와

작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 대표나 오너 등이 경영책임자로서 형사처벌될 수 있어 우리 사회에 핫이슈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31일 의정부지검이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산업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기소하였고, 한 달쯤 지난 4월 26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경영책임자인 한국제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실형선고하면서 관심이 한층 집중되고 있다.

2022년 229건 발생

2022년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사고는 229건이었다. 고용노동부는 52건(22.7%)을 처리하면서 24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2022년도에 11건을 기소한 후 올해 5건을 추가 기소하여 총 16건을 기소하였다. 삼표산업 사건이 발생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첫 사건이다.

법원은 16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중 지난 4월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1호 판결을 선고한 데 이어 4월 26일 2호 판결을 선고하였다.

◇윤상호 변호사
◇윤상호 변호사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중요 사건으로 분류하여 다른 사건에 비해 우선적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사건처리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규정이 모호할 뿐 아니라 선례도 없는 어렵고 복잡한 수사영역이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고 1건당 노동청의 조사 건수가 평균 18회라고 한다.

노동청이나 검찰에서 사건처리 건수가 누적됨에 따라 법 적용의 기준이 정립되고 있다. 처리되는 사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그동안 검찰에 누적된 사건들이 다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지원 재판부는 4월 6일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을 선고하면서, "산업재해에 대해 보다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상당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유족 측과 합의되고, 산업안전 범죄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원청회사에 대해서도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하였다.

이는 그동안 안전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 성향, 과실범의 성격이 강한 안전사고의 특징 등을 감안하면 예상 가능한 범위의 판결이다. '인과관계의 인정범위' 등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나 회사 측에 불리한 판결이다.

그 뒤 선고된 마산지원의 4월 26일 2호 판결에서는 경영책임자인 한국제강 대표이사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하였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1호 판결과 달리 2호 판결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범죄전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산지원, 한국제강 대표 법정구속

한국제강도 유족들과 합의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였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기간 중 발생한 사망사고를 포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4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으로 인해 법원에서 1호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제강 사업장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위 사업장에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이사는 종전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는 와중에 2022. 1. 27.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22. 3. 16. 재차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1호 판결과 2호 판결 모두 피고인들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다투지 아니하였다. 1심 판결이기 때문에 향후 상급심을 거치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준이나 양형에 대해 기준이 점차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두 건의 판결은 향후 법원의 중대재해처벌법 판단과 관련, 일정 부분 기준이나 시사점이 될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법원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과 제정 경위를 감안하면 법 위반 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유족과의 합의 및 처벌불원 의사가 중요하다. 셋째,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향후 재발방지 조치도 필요하다. 넷째, 산업재해 빈발 사업장이나 산업안전 범죄전력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해야 한다.

매뉴얼 마련 등 신경 써야

마지막으로 위험성 평가, 작업계획서 작성, 근로자 의견청취, 작업중지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평가기준, 도급 시 평가기준,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 마련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준수와 관련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실질적,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각 회사의 구체적 경영방식,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보고, 승인, 실행체계 등 실체관계를 살펴 경영책임자를 판단해야 한다.

그동안 주로 대표이사가 거론되었고 노동청에서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하여 수사를 하였지만, 회장을 기소한 삼표산업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법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다만, 유무죄의 실체는 법원에서 최종 판단할 것이다).

삼표산업 사건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발생 기준 1호 사건이고 다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회장이 안전 부분과 관련하여 수차례 지시를 내린 점 등이 검찰의 판단에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행 수사관행상 대표이사가 아닌 회장이나 소위 오너 등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는 없다. 물론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거나, 노조 등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회장 등을 고발하는 경우 언제든지 대표이사뿐 아니라 회장 등도 수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다고 할 것이다.

대표이사로 규정 안 해

산업재해 감소와 방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당한 수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탄생하였고, 당장 눈에 띄는 통계적 수치상 산재 감소는 미미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재해 감소와 방지에 이바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중재해해처벌법의 모호함과 애매함으로 인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없는 문제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수사 및 재판 동향을 고려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윤상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yoonsh@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