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좋은 반대가 좋은 토론 이끈다"
[피플] "좋은 반대가 좋은 토론 이끈다"
  • 기사출고 2023.05.3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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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현 세계토론대회 우승자

남과 토론할 때 '나쁜 반대'의 반대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디베이터》, 영어 원서 《Good Arguments》의 저자 서보현씨에 따르면, 나쁜 반대의 반대는 동의가 아니라 '좋은 반대'라고 한다.

만 여덟 살 때 한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간 저자에게 토론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구명 뗏목과 같은 것이었다. 언어적 ·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어떤 논쟁에도 끼어들지 않고 되도록 갈등을 회피하고 침묵해온 그는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갈 무렵인 2005년 1월 학교 토론팀에 가입해 다툼이나 불화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정반대의 의견을 밝히는 마법 같은 세계를 만났다.

하버드 로스쿨 2학년 재학 중

그는 지역 토론대회를 거쳐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 호주 대표로 나가 우승하고, 한국인 최초로 베스트 스피커로 호명되었다. 이어 하버드대에 들어가 세계대학생토론대회(WUDC)에서 또 한 번 우승한 그는 칭화대에서 공공정책 석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하버드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서보현 《디베이터》 저자
◇서보현 《디베이터》 저자

그는 책에서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이라며, 논제(무엇에 대해 싸울 것인가), 논증(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반론, 수사법(감동이라는 무기 혹은 전략), 침묵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좋은 반대'가 '좋은 토론'을 이끈다는 내용의 반론 부분이다.

그는 "논쟁을 할 때는 상대편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검토해보는 일이 좋은 전략이 되고,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는 일 역시 좋은 논쟁에 꼭 필요한 요소"라며 "이는 상대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갈등을 덮어두고 회피하는 일이야말로 어차피 화합할 수 없을 거라는 냉소적인 태도와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갈파했다.

"반박은 상대에 예의 갖추는 행위"

저자에 따르면, 잘 반대한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띤다. 자기 뜻을 관철시키는 것, 갈등 소지를 줄이는 것, 상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그는 또 "수천 년간 이어져온 토론대회의 전통이 바로 공동체가 '서로 상반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런 주장들을 바탕으로' 건설됐다는 증거"라며 "논쟁은 그 결과가 논쟁을 벌이지 않았을 때보다 무조건 더 나아야 한다"고 소박한 목표를 제시했다.

◇디베이터
◇디베이터

"한국이 놀라운 위업을 달성한 것은 얼마간 단일한 목적의식 덕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앞으로 다른 민주국가들과 발맞추어 계속 발전해가려면, 시민들 간 의견 일치를 도모하기보다 좋은 논쟁을 장려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합니다."

그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번역판 서문에 적은 말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