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이전기업도 취득세 감면' 오인 가능성…원주기업도시, 입주기업에 손해배상하라
[손배] '이전기업도 취득세 감면' 오인 가능성…원주기업도시, 입주기업에 손해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3.05.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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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개성공단서 철수해 원주기업도시로 이전한 의류업체에 승소 판결

강원 원주시와 함께 기업도시를 개발한 (주)원주기업도시가 세금 감면 혜택을 잘못 안내했다가 입주기업에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월 27일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에서 철수해 원주기업도시로 이전한 의류제조업체 A사가 "납부한 취득세 등 상당액 2억 2,9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주)원주기업도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62905)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되돌려보냈다. 김주성 변호사가 A사를 대리했다.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 따라 사업시행자로 기업도시를 공동 개발한 (주)원주기업도시는 이 기업도시의 지식산업용지 분양을 앞두고 2016년 7월경 작성 · 배포한 분양안내서에 '입주기업은 취득세를 15년간 100%, 재산세는 5년간 100%, 3년간 50%를 감면한다'고 광고했고, 원주기업도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A사는 이를 믿고 2016년 10월 원주기업도시로부터 원주시 지정면 신평리에 있는 공장용지 13,223.1㎡를 24억원에 사들여 개성공단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이곳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에 따른 취득세 · 재산세 감면은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만이 대상이었고 A사와 같이 기존 사업장을 이전하는 경우는 감면 대상이 아니었다. A사는 취득세와 재산세, 지방교육세 등을 합쳐 2억 2,900여만원을 납부한 후 원주기업도시의 허위 광고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주기업도시가 A사에 2억 2,9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어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주기업도시의 허위 광고는 인정되나, 허위 광고가 없었더라도 A사는 세금을 납부해야 했고 세제 감면 혜택만을 이유로 A사가 공장을 이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판단을 뒤집어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먼저 "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 부당한 표시 · 광고가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작용하는 태양 및 그로 인해 침해되는 소비자의 이익의 성질을 고려하면, 표시 ·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제10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에 있어 반드시 부당한 표시 · 광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자연과학에 준하는 수준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소비자를 기준으로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이 부당한 표시 · 광고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는 한 이를 신뢰한 소비자의 과실 등 다른 원인이 손해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표시광고법 10조 1항은 "사업자등은 부당한 표시 · 광고 행위를 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법률전문가가 아닌 당사자로서는 일반 국민의 신뢰의 대상인 지방자치단체인 원주시가 공동사업시행자로 표시되어 있는 피고의 광고를 그대로 신뢰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분양안내서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거나 관할 관청에 별도로 문의하지 않는 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에 관하여 관계 법령에서 광고 내용과 달리 요건을 정하고 있는 사실을 쉽게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분양안내서는 총 6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에 관한 내용이 표지를 제외한 사실상 첫 면에 기재되어 있고, 다른 홍보내용인 입주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업도시의 토지이용계획, 광역교통망 등 지리적 이점에 앞서 중점적으로 설명되고 있다"며 "피고는 분양안내서를 통해 입주기업에 대한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 혜택을 입주기업 유치 홍보의 주된 내용으로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원고와 같이 기업도시에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에게 대상 토지의 선정, 매매계약의 체결여부에 관한 결정 과정에서 주요한 고려요소가 되었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는 취득세 및 재산세의 경우 법인세와 달리 신설 · 창업 기업과 이전기업의 구분 없이 모두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은 기만적인 표시 · 광고를 하였고, 2017. 12.경 작성된 원고의 경영컨설팅 보고서에는 분양안내서의 내용과 같이 원고가 취득세 및 재산세의 감면을 받는 것으로 전제되어 있다"며 "원고의 실질적 운영자는 이 사건 토지의 취득세를 납부한 후 곧바로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에게 피고의 잘못된 광고를 항의하는 취지의 통화를 하였고, 원고가 납부한 취득세 등은 229,840,180원 가량으로 토지의 매매대금 24억원과 비교할 때 적은 금액으로 평가하기도 어려워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분양안내서의 내용을 신뢰하여 취득세 및 재산세의 감면을 받는 것으로 오인하였고, 그로 인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추단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해선, "원고가 토지를 매수함에 있어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분양가격, 단지의 규모, 주변 환경 등 다른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였음을 알 수 있고, 원고가 토지를 매수하여 그에 관한 취득세 등을 납부한 후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여 추가적인 취득세 등을 납부하기도 하였으며, 피고의 허위 · 과장 광고가 토지의 분양가격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안의 성질상 원고가 입은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 당시의 정황, 분양안내서의 허위 · 과장의 정도, 그것이 매매계약의 체결 여부 및 매매대금 결정에 미친 영향, 납세의무는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 언제든 확인이 가능함에도 원고가 사전에 관할관청 등에 이를 확인해보지 않았던 사정 등 이에 관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의 허위 · 과장광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원고의 손해액을 정하면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