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노트] 로펌 스타트업
[에디터노트] 로펌 스타트업
  • 기사출고 2023.04.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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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만 해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일류 로펌에 입사한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은 열심히 실력을 쌓고 클라이언트를 개발하여 파트너가 되는 게 꿈이었다. 로펌의 주인에 해당하는 파트너는 로펌의 꽃이자 어소 변호사들이 선망하는 자리이고, 로펌의 선배들은 새로 입사한 어소 변호사들에게 "여러분은 미래의 파트너"라고 수시로 의욕을 불어넣어 주곤 했다. 지금도 대부분의 로펌 변호사들은 이러한 공식에 따라 분야별로 업무를 익히며 부지런히 파트너로 향하는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대형 로펌의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 예전에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전혀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사실이다.

◇김진원 기자
◇김진원 기자

기자는 최근 대형 로펌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길어도 보통 5년을 넘지 않는 30대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부티크 로펌 두 곳을 취재해 리걸타임즈 4월호에 담았다. 한 곳은 3명의 변호사가, 또 한 곳은 5명의 변호사가 대형 로펌을 나와 새로운 방식의 법률사무소를 시작했는데,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중견,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으로부터 인기가 상당해 보였다.

두 신흥로펌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뉴 로펌(New Law Firm)'의 특징이 있다. 하나는 어소 변호사 없이 창업 파트너들이 손수 의뢰인을 만나고 업무를 수행하는 파트너 직접주의다. 이를 통해 자문의 질을 높이고, 신속한 대응을 담보하며 의뢰인이 부담하는 전체 법률서비스 비용도 줄여 의뢰인에게도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중간 유통망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 유행하는 상거래 플랫폼의 법률사무소 버전이라고 부를 만했다.

또 하나는 전체 파트너 수는 적지만, 로펌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는 철저한 팀플레이의 구현. 지난해 6월 문을 연 부티크펌의 한 변호사는 "파트너 각자의 주된 업무분야는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사건에서 크로스체크를 통한 집단지성을 추구해 자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이들 프런티어 변호사들의 열정과 강한 자신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에게서 40~50년 전 미국 로스쿨 유학에서 돌아와 한국 로펌의 기틀을 닦은 메이저 로펌 파운더들의 패기를 느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앤장, 광장, 세종이 순서대로 1973년, 77년, 83년 문을 열었을 때 창업을 주도한 1세대 변호사들도 30대였다.

그동안 대형 로펌에서 10년, 20년씩 경력을 쌓은 시니어 변호사들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내세우며 부티크로 독립, 로펌 업계의 외연을 확대해왔다면, 최근엔 대형 로펌 출신의 젊은 파트너들이 서로 짝을 지어 로펌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로펌 생태계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부티크 로펌, 로펌 스타트업의 설립 러시 속에 한국 로펌 업계의 세포분열이 한창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