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태광 계열사들, 이호진 전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서 김치 · 와인 다량 매수…이 전 회장 관여"
[공정] "태광 계열사들, 이호진 전 회장 일가 소유 회사에서 김치 · 와인 다량 매수…이 전 회장 관여"
  • 기사출고 2023.03.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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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 전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 적법"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나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수관계인에 대해서도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월 16일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 17곳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 소유의 (주)티시스, (주)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다량 매수한 것과 관련, 이 전 회장이 이들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 전 회장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2022두38113).

공정위는, 태광의 계열사들이 2014년 4월경부터 2016년 9월경까지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이 각각 절반 정도씩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티시스로부터 정상적인 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김치를 매수하고, 이 회장의 부인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메르뱅으로부터 사업능력, 재무 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와인을 매수한 사실을 적발해 2020년 10월 태광 계열사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특수관계인으로서 태광의 경영기획실 또는 경영기획실장을 통해 김치 · 와인거래에 관여했다며 이 전 회장에게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김치 · 와인거래가 구 공정거래법 23조의2 1항에서 정한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계열사들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보았으나, 이 전 회장에게 내려진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이 김치 · 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전 회장이 김치 · 와인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은 기업집단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자로, 김치 · 와인거래가 티시스와 메르뱅에 안정적 이익을 제공하여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 부의 이전, 기업집단 태광에 대한 지배력 강화, 아들 이 모씨로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하였으므로, 이 전 회장은 티시스와 메르뱅의 이익 및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실제 이 전 회장은 '그룹 시너지'가 중요 평가항목으로 포함된 계열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평가기준을 승인함으로써 계열회사 경영진으로 하여금 내부거래 특히 이 전 회장 일가 지분이 높은 티시스 등을 지원할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와인거래에 대해서도 김치거래와 유사한 이유로 이 전 회장의 관여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또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 · 와인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전 회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김치 · 와인거래의 경과 등을 보고하여 자신들의 성과로 인정받으려 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이 봄이 공정위를 대리했다. 이 전 회장 등 원고들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