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신분확인 요구받자 타인 주민등록증 사진 전송했어도 주민등록증부정사용죄 무죄"
[형사] "신분확인 요구받자 타인 주민등록증 사진 전송했어도 주민등록증부정사용죄 무죄"
  • 기사출고 2023.03.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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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미지파일은 문서 아니야, 주민등록증 행사로 보기 부족"

주민등록법 37조 8호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분확인을 요구받자 타인 명의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행위도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주민등록증 부정사용에 해당할까?

A(41)씨는 성매매 외국인 여성들이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고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2022년 1월 28일 오후 6시쯤 손님으로 가장하여 오피스텔 형태의 성매매 업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업주와 통화하면서 업주로부터 신분확인을 요구받자,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던 B씨 명의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이 업주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방법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이어 다음날인 1월 29일 오전 1시쯤 광명시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태국 국적의 피해자 여성(39)을 만나자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위협한 뒤 케이블 타이로 손발을 묶고 구찌 지갑 1개, 스마트폰 2개, 아이패드 1대 등 458만원 상당의 재물을 강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업주로부터 신분확인을 요구받을 경우에 사용할 용도로 B 명의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미리 준비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그러나 2월 23일 주민증록증 부정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고 특수강도 등 다른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13861).

대법원은 "피고인은 B 명의의 주민등록증 원본을 이용해 스스로 이미지파일을 생성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군가에 의하여 이미 생성되어 있는 B 명의의 주민등록증 이미지파일을 다운로드받아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다가 신분확인을 요구받자 이를 행사한 것임이 인정된다"며 "결국 피고인이 B 명의의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행사한 것은 그 이미지파일에 불과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신분확인 과정에서 그에 더 나아가 B 명의의 주민등록증 자체를 어떤 형태로든 행사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수원고법 재판부는 "이미지파일은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의 판례 법리(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480 판결 등 참조)이며, 또한 1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주민등록법 관계 규정에 비추어 신분증명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경우 주민등록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는 주민등록법 관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주민등록증 자체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제시한 이 부분 공소사실 행위는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용도에 따라 사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을 맡은 안산지원 재판부도,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 주민등록법 제37조 제8호는 형법상의 공문서부정행사죄의 가중처벌 규정(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30 판결 참조)이라며,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데 입법 취지가 있는 것으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아니 한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주민등록증은 17세 이상인 주민의 신분을 관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주민등록증의 외관만으로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주민등록증의 이미지파일 형태를 제시받는 경우에는 그 입수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 · 확인하지 않는 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파일을 신용하여 적법한 주민등록증의 제시가 있었던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은 공문서부정행사죄의 구성요건과 입법 취지, 주민등록법 및 같은 법 시행령 등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주민등록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는 관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주민등록증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주민등록증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로 전송하여 보여주는 행위는 주민등록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라고 볼 수 없어서 그 때문에 상대방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는 결국 공문서부정행사죄의 가중처벌 규정인 주민등록법 제37조 제8호 위반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운전면허증에 관한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참조)"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