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아파트 단지내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해 전신마비…관리업체 · 입주자대표회의 50% 연대책임"
[손배] "아파트 단지내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해 전신마비…관리업체 · 입주자대표회의 50% 연대책임"
  • 기사출고 2023.03.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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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가림막 앞에 차단시설 등 추락방지시설 없어"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 단지내 설치된 발전기 환풍구 바닥으로 추락해 전신이 마비됐다. 법원은 아파트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연대하여 손해의 5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사고 당시 47세)씨는 2018년 5월 10일 오후 11시 20분쯤 귀가 중에 자신이 살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단지내에 위치한 발전기 환풍시설 안쪽으로 환풍기 가림막과 함께 8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다음날인 5월 11일 오전 9시 53분쯤 환풍구 가림막이 뜯겨져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환풍구 바닥을 내려다본 행인에 의해 발견되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A씨는, 두개골 절제술과 혈종 제거술 등을 받았으나 전신마비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와 간병을 받고 있다. 이에 A씨와 부인, 자녀들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와, 입주자대표자회의로부터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주택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2019가합55977)을 냈다. 발전기는 정전시 비상발전을 위해 대부분 아파트 단지내에 설치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안전 강화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신봄메 부장판사)는 2월 16일 입주자대표자회의와 주택관리업체의 책임을 5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6억 7,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대표하여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구성되는 자치의결기구인바(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8호 참조), 피고 회사는 피고 대표회의의 위탁에 따라 아파트 관리업무를 수행하여 이 사건 환풍구를 직접 점유하고 있고, 피고 대표회의는 아파트 관리에 관한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방법으로 피고 회사의 업무를 감독하여 환풍구를 간접 점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환풍구는 인공적인 작업에 의하여 제작된 물건으로 공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 · 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바(대법원 97다2702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환풍구는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피고들은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공작물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환풍구는 인도 뒤쪽인 지상 주차장 옆에 있는데,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나무나 차단시설이 없으며, 오히려 그 앞에 심어진 잔디가 훼손되어 흙으로 다져진 길이 형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환풍구 앞을 이용해 통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누구든 쉽게 환풍구에 접근이 가능한 상태였다. A씨는 환풍구 측면에 있던 가림막과 함께 추락했다. 가림막은 105cm×95cm 크기의 새시(sash)로 된 가로형 천살 형태로 높이는 성인 어깨 높이와 유사하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환풍구의 높이 및 형상, 위치 및 상태에 비추어 보면, 환풍구 높이보다 키가 작은 성인 및 어린 아이들이 그 근처를 지나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 환풍구의 가림막에 충격을 가할 수 있고, 그 충격으로 가림막이 훼손되어 사람이 환풍구 안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며, 환풍구 안쪽은 지하로 이어지는 구조이므로, 그 추락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람이 실수로 넘어져 환풍구 가림막에 충격을 가하더라도 그 훼손과 추락을 방지할 정도의 안전성을 구비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피고들은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환풍구 가림막 앞에 차단시설을 설치하거나 과중한 체중의 성인 하중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함을 유지시켜야 하며, 가림막 앞에 안전바를 설치하거나 환풍구 안쪽에 그물망 등을 설치하여 가림막이 훼손되는 경우에도 사람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였어야 함에도, 피고들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은 사고 이후 환풍구 가림막 앞에 철제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를 사고 발생 이전에 하였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환풍구 오른쪽 상단에 '위험' 문구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으나, 환풍구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할 만한 충분한 방호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의 경위, 원고의 나이, 후유장해의 부위와 정도, 입원기간 등을 참작,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