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실거주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임차인은 어차피 거절될 것이라는 생각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대차 기간 만료 후 퇴거했다. 그러나 3개월 후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면 임차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6년 12월 B씨로부터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아파트를 차임 없이 임대차보증금 4억 4,000만원, 임대차기간 2017년 2월 28일부터 2019년 2월 27일까지 2년으로 정해 임차했다. 이후 A, B씨 두 사람의 합의로 위 임대차계약은 2021년 2월 27일까지 기간이 2년 연장되었다.
B씨는 2020년 11월 26일 A씨에게 임대차계약 만료 이후 자신이 아파트에 실거주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차계약 기간만료 이후 아파트에서 퇴거했다. 그러나 B씨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고 3개월 정도 지난 후인 2021년 5월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차보증금 6억 5,000만원에 임대했다.
이를 알게 된 A씨가 "주택임대차법 6조의3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금 1,05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5항은 "임대인이 1항 8호(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의 사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또 예비적으로 "B씨가 마치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말하여 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 행사기회를 상실하게 했다"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의정부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기현 부장판사)는 2월 16일 A씨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가 2020. 11. 26. 고의 내지 과실로 마치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말하여 원고로 하여금 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 행사기회를 상실하게 하였고, 피고의 이와 같은 행위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 "B씨는 A씨에게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21나223406).
재판부는 "피고는 2020. 11. 26. 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을 거절하였는데, 그 주된 동기는 원고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있을 경우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을 원하는 만큼 증액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갱신거절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에서 정하는 갱신거절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와 별개로, 앞서 살핀 갱신거절의 동기, 피고가 제시한 갱신거절의 사유, 그에 대한 원고의 반응과 이후 원고와 피고가 취한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2020. 11. 26.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원고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어차피 거절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원고에게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피고의 이러한 의도를 파악하여 별다른 갱신요구 없이 아파트에서 퇴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피고는 해당 아파트에 실거주 여부가 확정적이지도 않았고, 따라서 원고의 갱신요구권 행사를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마치 원고에게는 갱신요구권을 행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처럼 말하여 원고로 하여금 사실상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에 따른 갱신요구권 행사기회의 상실이라고 할 것인바, 그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입증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하다고 보인다"며 원고의 손해액을 900만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2020. 11. 26. 원고에게 아파트에 실거주할 예정이라면서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했으나, 한편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에 대한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가 위 기간 내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홍정표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