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백화점 공사장 점유 불법적으로 빼앗겼다고 용역 써서 다시 쫓아내면 건조물침입죄 유죄"
[형사] "백화점 공사장 점유 불법적으로 빼앗겼다고 용역 써서 다시 쫓아내면 건조물침입죄 유죄"
  • 기사출고 2023.03.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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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점유라도 사실상 평온 보호되어야"

불법적인 방법으로 건조물에 대한 점유나 업무를 개시한 경우라도 그 점유나 업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졌다면 건조물침입죄 및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고, 위와 같은 경우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적인 수단으로 그 점유나 업무를 해제 내지 배제한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 지상 12층, 지하 7층 규모의 백화점을 신축하는 공사의 시행사에 800억원 상당의 PF대출을 한 금융기관이 신탁계약상 1순위 우선수익자 지위를 포함한 PF대출채권을 A사에 양도, A사는 공사현장 부동산의 소유자인 신탁회사(수탁자)로부터 1순위 우선수익자로서 건축물의 관리권을 위탁받아 2016년 2월경부터 위 공사현장을 점유 · 관리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위 시행사로부터 위 백화점 공사 사업권을 양수해 A사와 위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 · 관리 권한을 두고 분쟁 중에 있던 B사가, 2017년 11월 4일 용역직원들을 통해 위 공사현장을 점유 · 관리하던 A사 측 직원들을 내보내고 이를 점거한 뒤,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집단민원현장 경비원배치 허가 등을 받아 2018년 1월 8일 새벽까지 약 65일 동안 경비원 10명을 상주시켜 위 공사현장을 점유 · 관리했다.

불법적 방법으로 공사현장을 빼앗긴 A사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는 2018년 1월 초 변호사 C씨, 용역업체 대표이사와 직원 D씨와 위 공사현장의 점유를 탈환하기로 상호, 순차 공모하고, 1월 8일 오전 3시쯤 용역직원 80~100여명을 동원하여 배척(일명 '빠루'), 쇠파이프, 해머 등을 휴대한 채 공사현장에 들어가 경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B사 측 직원들을 외부로 끌어내어 공사현장을 탈환, 점거했다. A사 대표와 상무이사는 B사 측 직원들의 현장 관리와 경비 용역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현장에서 상황을 지휘한 변호사 C씨와 용역업체 대표, 용역직원들과 함께 공사현장에 들어가 공사현장을 탈환한 D씨는 특수건조물칩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월 2일 피고인들의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A사 대표와 상무이사, 변호사 C씨에 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용역업체 대표와 D씨에게 각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5940).

대법원은 먼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6도4875 등)을 인용, "건조물침입죄는 관리하는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관리자가 건조물을 관리할 법률상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관리자가 건조물을 사실상 점유 · 관리하는 경우라면 설령 정당한 권원이 없는 사법상 불법점유이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점유를 풀지 않는 한 그에 따른 사실상 평온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사법상 권리자라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하고, "침입 당시 관리자가 건조물을 사실상 점유 · 관리하여 그에 따른 '사실상 평온'을 누리고 있었는지는 건조물에 대한 점유 개시의 경위뿐만 아니라 점유 기간 및 현황,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 · 관리 상태 등을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은 피해자들 측이 불법적으로 공사현장을 점거하였지만 관할 경찰서로부터 집단민원현장 경비원배치신고 및 관련 허가를 받아 약 65일간 경비원을 상주시키면서 점유 · 관리하여 온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이 사건 공사현장 및 건조물에 침입한 이상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건조물침입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에 특수건조물침입죄의 성립과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B사가 불법적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점유를 침탈하였더라도 피고인들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용역직원들을 동원하여 공사현장 및 건조물에 침입한 행위는 법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A사가 공사현장 및 건조물에 대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존재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청구권의 실행불능이나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은 피해자들이 공사현장 및 건조물을 관리하는 업무는 법률상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서 피고인들이 그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에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 및 공모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2013도9828 등)에 따르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