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이 2월 15일 '2023 ESG 핵심 이슈와 전망'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법무법인 세종과 지속가능발전소, 대신경제연구소, 얼라이언스 어드바이저스(Alliance Advisors),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의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선 가운데 특히 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장윤제 전문위원의 공급망 실사와 관련된 분쟁사례 소개가 주목을 끌었다. 장 전문위원의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2022년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하 "EU 지침") 입법이 제안되고, 2023년 그 제정이 가시화되며 기업은 그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지침은 공급망에 대한 인권 및 환경 보호에 관한 실사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하는데, 국내의 기업도 EU에서 일정 매출 및 고용규모를 가진 경우 실사의무가 직접 적용되며, EU에 수출하는 기업 중 적용 대상과 거래하는 기업은 공급망 실사에 대응할 필요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도 EU 지침 직접 적용
이 지침은 행정제재와 민사소송을 통해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여, 기존에 사회적 책임 경영 및 ESG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실사 정책을 도입한 기업들 역시 향후 법률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을지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적용을 확장시키는 추세이다. 그러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그에 따른 분쟁이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또한 어떤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는지 확인하여야 하나 공급망 실사법이 입법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그 선례를 찾기는 용이하지 않다.
다만, 프랑스가 2017년에 상법에 공급망 실사의무 조항을 삽입하여,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 관찰할 수 있는 분쟁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시민단체 주도로 실사 정책의 적정성이 감시되고 소송이 제기되고 있으며, 비록 소송의 결과까지 나온 사례는 몇 없지만 독일과 달리 EU 지침처럼 민사소송이 허용되므로 프랑스의 공급망 실사의무에 의거한 분쟁사례를 통해 향후 EU 전반의 공급망 실사법 입법 시 분쟁의 양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한 공급망 실사에 관한 소송은 실사의무의 직접 적용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 및 공정경쟁과 관련한 법률을 통해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프랑스에서 실사의무 위반으로 제소된 사례와 그 외에도 공급망 실사와 관련한 타법 적용 사례를 살펴 향후 공급망 실사법 입법 시 주의점을 전망한다.
1. 공급망 실사의무 적용 주요 사례
(1)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공급망 실사의무에 의거하여 제기된 소송은 Total Energies에 대한 프랑스 시민단체 및 국제 시민단체의 소송이다. 2019년 10월, 시민단체는 Total Energies의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의 유전 개발 사업이 자연을 파괴하고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며, 원주민을 부적절히 이주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약 2년간 절차적 분쟁이 지속된 끝에 관할법원에 대한 원고의 주장이 인용되었으며, 본안에 대한 판결이 2023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otal Energies는 그 외에도 2020년 1월, 실사정책 및 경영진 변경에도 불구하고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14개의 지자체와 5개의 시민단체에 의해 피소되었다. 이 소송에는 뉴욕시 법무부 역시 지원 및 개입을 선언하여 진행 중에 있다.
(2) 2020년 10월, 프랑스 전력회사인 EDF는 멕시코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는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에서 원주민 공동체와의 적법한 협의 미흡, 원주민 인권 보호 미흡으로 시민단체에 의하여 실사의무 위반으로 프랑스 내에서 피소되었다. 이 소송은 비록 프랑스 지방법원에서는 절차적 미비를 이유로 기각되었으나, 현지에서 멕시코 에너지부는 EDF의 자회사와 멕시코 국영 전력회사가 체결한 전기 공급계약을 취소했다.
(3) 2021년 3월,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아마존 원주민 대표, 프랑스와 미국의 시민단체는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 체인 Casino Groupe에 대해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공급망에서 불법 삼림 벌채, 적법하지 않은 토지 수용이 빈번한 도축장으로부터 쇠고기를 구입하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asino Groupe의 공급망 실사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제소하였으며, Casino Groupe의 구매 제품 추적 및 현지법인 협력 등 실사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음용수 처리 공장에서 기름 유출
(4) 2021년 6월, 식수회사 Suez의 칠레 자회사 Essal의 음용수 처리 공장에서 2,000리터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이에 49,000가구가 밀집된 공장 소재 도시에 10일간 물 공급이 중단되었다. 이에 시민단체는 Suez로 하여금 실사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6개월 내에 실사 정책을 수정하고 게시할 것을 명령하도록 법원에 요구했다.
(5) 2021년 12월, 프랑스 우편회사 La Poste의 자회사에 대한 불법파견 이슈가 발발하자, 자회사 노동조합은 La Poste의 공급망 실사의무 위반으로 본사 그룹을 고소했다. 원고는 La Poste의 공급망 자체 평가가 질문지에 의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위험도 맵핑이 하도급을 통해 다수의 인력을 운영하는 회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6) 2022년 3월, Yves Rocher의 튀르키예 자회사의 노동조합과 자회사 전직 직원 34명, 시민단체가 Yves Rocher를 실사의무 위반으로 제소했다. 자회사의 직원들은 저임금 및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과 과도한 초과근무, 성차별 등을 지적하였고, 이에 따라 자회사 직원에 대한 결사의 자유 및 차별금지, 안전보건 관련 실사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7) 바이오테크 회사인 Idemia는 케냐 정부와의 2018년, 디지털 ID 시스템 도입을 위한 생체 데이터 수집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케냐와 유럽의 시민단체는 생체데이터의 등록에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에 대한 운영이 어려울 수 있으며, 데이터의 중앙 집중식 저장이 감시 등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인권 침해의 위험이 있음에도 그에 대한 실사의무가 적절히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22년 6월 Idemia의 프랑스 본사를 제소했다.
2. 공급망 실사 관련 타법 적용사례
(1) 2020년 2월, Lori Myers는 Mars, Quaker Oats, Starbucks를 캘리포니아 소비자구제법(California Consumers Legal Remedies Act) 위반 및 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법(California's Unfair Competition Law) 위반으로 제소했다. 원고는 초콜릿을 판매하는 위 회사들이 코코아를 인도적으로 생산하는 것처럼 광고하여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주장했다. 위 회사들은 공급망의 코코아 농장이 윤리적으로 운영되며 아동노동 방지 프로그램 등 실사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인권이 관리되는 공급망으로부터 모든 코코아가 조달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소송은 Mars, Quaker Oats에 대해서는 기각되었으며, Starbucks와는 절차적 공방 끝에 2022년 10월 합의로 종결되었다. 비록 소송은 기각되거나 합의로 종결되었지만, 소송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 역시 비즈니스 리스크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시 미흡 등 이유 1,200만$ 벌금
(2) 미국의 상장기업 Compass Minerals International은 2017년 캐나다 사업장에서 신기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본사의 투자자들에게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용이 증가된 점, 브라질 자회사의 수은 배출 관련 부정확한 시험 보고서 제출에 따른 시정조치를 받았으나 그에 따른 운영 정지, 소송 등 재무적 영향의 평가 및 공시가 미흡하다는 점을 이유로 SEC에 의해 기소되어, 2022년 9월 약 1,200만 달러의 벌금을 명령받았다. 이는 사업장의 환경 관련 사항이 본사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자 공시가 필요한 중요사항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범블비 푸드는 북미 지역의 주요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다. 범블비 푸드는 스스로 "공정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근로자 안전에 있어 "최고의 모범 기준"을 따르고 있고, "지속가능한 어업의 챔피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국제인권단체는 범블비 푸드의 주요 참치 공급 회사이자 2020년 범블비를 인수한 FCF가 해산물 어획에 있어 불공정하고 위험한 관행을 지속하였다는 이슈를 제기했다. 인권단체는 또 범블비 푸드의 작업안전 정책 및 행동규범이 산업 주도 그룹에서 제정된 최소한의 표준이기 때문에 ILO의 국제 어업협약 등의 규정에 미치지 못하며 회사의 공급망 감사 역시 범위가 제한적이므로 "최고의 모범 기준"을 준수한다는 표현은 소비자에 대한 기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는 2022년 5월, 해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신하여 허위 마케팅 표현을 이유로 범블비를 제소했다.
위의 여러 사례를 살펴볼 때, 실사 정책 및 체계의 미흡으로 분쟁이 제기된 사례는 대부분 사업의 핵심 전략 및 운영의 특성과 관계된 사안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례는 주력사업 및 신사업 진출에서의 인권에 대한 사업 고유의 위험이 실제 사건으로 발생한 경우이다.
따라서 공급망 실사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주력 사업 및 신사업 진출 등 전략 차원에서의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이에 적합한 위험관리체계를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업 내 재하청 구조, 사업운영의 방식, 운영 지역 등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La Poste 그룹에 대한 사건에서 설명하였지만, 다른 분쟁이 제기된 회사들 역시 각각의 공급망 실사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위험 평가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획일적 체크리스트에 따른 공급망 실사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고, 이해관계자로부터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아 결국 분쟁이 제기되었다.
선제적인 소통 시도 필요
공급망 실사 정책을 수립할 경우에는 전략과 사업 특성을 고려하여 자체적인 실사 정책을 구성하여야 할 것이며, 식별된 위험 및 관리 성과를 공개하여 이해관계자와 선제적인 소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실사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 공급망에서 본사의 사업과 관계없는 인권 및 환경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합리적인 컴플라이언스 노력과 실사를 통해 해당 사건에 본사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여 실사법상의 제재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사의 대상이 되는 회사는 컴플라이언스 노력을 통해 계약 중단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실사의 주체인 회사가 실사법상 제재를 방어하더라도, 인권 및 환경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 계약이 중단될 수 있다. 공급망 실사지침은 1차 협력사에 대한 2차 협력사 실사 등 계단식 계약과 필요한 경우 직접 2차 협력사 실사 등을 통해 공급망 전체의 위험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협력사 또한 실사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각자의 밸류체인에서 인권 및 환경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 장윤제 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 ESG연구소장, yjjang@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