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반려견 병원비로 생활고' 허위 글 올려 6억 편취…징역 7년 실형
[형사] '반려견 병원비로 생활고' 허위 글 올려 6억 편취…징역 7년 실형
  • 기사출고 2023.02.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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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팔로워 선한 마음 악용"

A와 B(여)는 동거하는 연인 사이다. 택배기사인 A가 자신들의 반려견인 '경태'를 데리고 택배 업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이 인터넷 네이트온 판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알려져 인기를 끌게 되자 2021년 1월경 A 명의로 인스타그램에 '경태아부지' 계정을 함께 개설한 후 위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들의 반려견들인 '경태', '태희'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을 게시하여 약 22만명에 달하는 다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2022년 3월 5일경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서 B의 휴대전화로 인스타그램 '경태아부지' 계정에 '경태'의 사진을 첨부하여 "선생님들, 제가 정말 죽어도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발등에 불 떨어지니 용기가 생깁니다. 요즘 안 좋은 일들이 계속 겹치면서 와중에 '경태', '태희'가 둘 다 아프고 특히 우리 '태희'가 많이 아파서 비싼 병원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천원 릴레이 한 시간만 해 주시면 투명하게 잔고 공개하겠습니다ㅠㅠ,, 선생님들께서 전해주는 마음은 무조건 아이들만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기부금품 모집글을 게시했다. A, B는 이와 같이 마치 반려견들의 병원비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허위의 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거나 위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들에게 같은 허위 내용의 DM(Direct Message)을 전송하여 팔로워들을 상대로 기부금을 모집하거나 반려견들의 병원비 명목으로 돈을 빌리는 방법으로, 3월 31일경까지 위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12,807명으로부터 기부금품과 차용금 명목으로 1억 3,300여만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사실 당시 두 사람은 반려견들의 병원비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채무로 인해 경제형편이 어려웠던 상황이었고, 팔로워들의 관심을 끌어 기부금을 모집하거나 돈을 빌린 후 그 돈을 자신들의 카드대금,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B는 또 단독으로 2022년 4월 5일경 위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인 또 다른 피해자에게 'A가 구속되어 있는데 합의금이 필요하다. 합의금으로 사용할 돈을 빌려 주면 곧 갚아주겠다'고 속이고,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추가 고소인이 생겨 합의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합의금으로 사용할 돈을 빌려 주면 곧 갚아주겠다'고 속여 위 피해자로부터 50만원을 송금 받은 등 4월 9일경까지 모두 28회에 걸쳐 4억 8,320만원을 송금 받아 편취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성철 판사는 1월 27일 사기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 B에게 징역 7년, A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2022고단2677).

민 판사는 "우연히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A가 반려견을 보호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인기를 얻게 되어 인스타그램의 팔로워가 22만명을 넘게 되는 등 우연히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된 것을 기화로(그 계기가 된 답글의 사연도 B가 만든 것으로서, B가 키우던 개를 A가 보호한 '유기견'으로 표시하는 등 실제 사실관계와 다르다), 이를 자신들의 경제적인 목적을 위하여 사기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B와 A의 기부금 및 차용금 사기 등은 그 행위 태양과 범행 수법에 있어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총 피해 규모가 6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매우 크고, 그 피해액 거의 대부분이 아직 회복되지도 아니하였다"고 밝혔다. 또 "실제 대면 접촉을 전제로 하지 아니한, 온라인 공간에서 조작된 '선량한 이미지'를 기초로 하여, 이러한 선량한 이미지에 공감하고, 반려견의 어려운 처지에 동정심을 갖게 된 다수 피해자들을 상대로 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별다른 죄책감 없이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으므로 그 범행의 동기도 매우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민 판사는 특히 B의 범행 가담 정도가 A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하다며 B에게 더 높은 형을 선고했다.

민 판사는 "기부금 및 차용금 사기의 발단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경태'와 A가 유명세를 타게 되어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급증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최초 '경태'와 A의 사연도 B가 작성하여 올린 것이고, 그 사연이 유명세를 탄 이후 인스타그램의 게시물 관리 및 팔로워와의 DM 등 소통도 B에 의하여 주도되었다"고 지적하고, "물론 그 과정에서 A가 B의 이러한 활동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으나, A에 대하여 형성된 '경태 아부지'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관리 및 피해자들과의 소통은 대부분 B가 '경태 아부지'의 이름으로 실행하였으므로, 기부금 및 차용금 사기 범행은 B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민 판사는 "B의 기부금 및 차용금 사기는 반려견의 상태에 동정심을 느낀 팔로워들의 선한 마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악용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대단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