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에 조력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약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 뇌물)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부장판사)는 2월 8일 곽 전 의원에게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다만, 곽 전 의원이 2016년 3월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의 지위에서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5,000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곽 전 의원에게 25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도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남욱 변호사에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2022고합121, 2022고합122).
곽상도 벌금 800만원, 남욱 벌금 400만원 선고
재판부가 밝힌 알선수재와 뇌물 혐의 무죄 판단, 정치자금법 유죄 판단의 이유를 상세히 소개한다.
곽 전 의원의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뇌물죄 공소사실의 요지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진행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의 임직원 등을 상대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지 않고 잔류하도록 알선한 대가 및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하여, 2021. 4. 30.경 김만배로부터 아들인 곽병채가 화천대유 퇴직에 따른 성과급 명목으로 실제 1,981,192,883원을 지급받고 화천대유에 대한 기존 차용원리금 524,121,643원을 나머지 성과급에서 상계하는 방식으로 채무면제를 받아 합계 2,505,314,526원 상당의 금품 및 이익 내지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화천대유(피고인 김만배)가 곽병채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50억원의 성과급 금액은 설령 그 액수를 정함에 있어,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김만배와 곽병채가 서로 삼촌, 조카의 호칭을 사용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으며, 580억여원의 향후 추정 공사비 증가 내역 반영 등 곽병채가 화천대유에서 수행한 업무실적이 탁월하였고, 그 외에 곽병채의 건강 상실에 따른 보상 내지 위로금 명목 또한 고려하였다고 하더라도, 곽병채의 연령, 종전 경력, 의료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건강상태, 화천대유에서의 직급과 담당한 업무, 성과급 액수의 결정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만배가 곽병채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이나 이익이 공소사실 기재 알선과 관련이 있다거나 그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곽상도가 2015. 2.경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였다거나,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신청기간 중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여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될 위기 상황이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곽병채의 화천대유 입사 및 남욱과 정영학의 피고인 곽상도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 및 후원이 피고인 곽상도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문제 해결 대가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김만배가 성남의뜰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피고인 곽상도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거나, 피고인 곽상도가 김만배의 그러한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 서석대 모임은 2018. 11. 19.경 있었다고 보이고, 2차 서석대 모임에서 피고인 곽상도와 김만배 사이에 돈 문제로 언쟁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을 통하여 인정되는 언쟁 내용만으로는 피고인 곽상도가 김만배에게 약속된 돈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2차 서석대 모임에서 피고인 곽상도가 김만배에게 성남의뜰 컨소시엄 와해 위기 문제 해결을 알선해 준 대가를 요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에게 곽병채를 통하여 피고인 곽상도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해왔고, 정영학 등과 그 구체적 지급 방안에 관하여 논의하는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김만배는 남욱, 정영학과 사이에 공통비 분담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이후 피고인 곽상도를 포함하여 이른바 약속클럽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각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곽상도에게 주어야 하는 50억원의 명목에 대해서도 남욱, 정영학에게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문제 해결을 연결지어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김만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동산투기특별조사위원으로서의 직무관련성 인정
특가법상 뇌물 혐의와 관련해선,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서의 직무관련성을 인정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내지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직무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는 '원내대표의 국회운영에 필요한 사항의 처리 권한'이라는 국민의힘 당헌에 의하여 구성되었고 구성원도 모두 국회의원이며, 구성 목적에는 투기 의혹에 관한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통한 대책 마련을 의미하는 것으로 피고인 곽상도가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서 한 활동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관한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 곽상도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피고인 곽상도가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서 한 활동은 국회의원으로서 가지는 직무권한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있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들과 민간사업자들 사이의 유착관계가 있는지, 민간사업자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조사하는 등의 행위는 피고인 곽상도가 국회의원으로서 행하는 위 의정활동에 관한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곽병채가 피고인 김만배로부터 지급받은 돈과 얻은 이익을 피고인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이 곽병채가 지급받은 돈과 받은 이익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나, 재판부는 곽병채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과 이익을 사회통념상 피고인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특가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이유로 김만배의 뇌물 공여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김만배는 곽상도에게 뇌물을 공여함으로써 같은 금액(2,505,314,526원)의 화천대유 법인자금을 횡령하였다는 횡령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곽병채가 피고인 곽상도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하나, 곽병채의 급여 및 지출 내역, 화천대유의 곽병채에 대한 법인카드, 법인차량, 사택 제공 및 5억원 대여 등의 사정만으로 성인으로 결혼을 하여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온 곽병채에 대한 법률상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피고인 곽상도가 지출할 비용을 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곽상도와 곽병채 사이의 통화 내역 증가 등은 피고인 곽상도의 배우자의 건강 악화 및 사망 이후 상속재산의 정리 문제 등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곽병채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성과급의 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짓기 어렵고, 곽병채의 급여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피고인 곽상도에게 지급되었거나 피고인 곽상도를 위하여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곽병채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과 이익을 사회통념상 피고인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명목만 '변호사 비용', 실질은 정치자금"
재판부는 곽상도와 남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 곽상도가 피고인 남욱에 대하여 수원지검 수사사건에 관한 법률상담의 대가인 변호사 보수의 지급을 구할 법적 권리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피고인 곽상도와 피고인 남욱의 관계, 수원지검 수사사건에 대한 법률상담의 경위, 수원지검 수사사건의 경과와 피고인 곽상도가 한 노력의 정도, 법률상담이 이루어진 시기와 수원지검 수사사건의 진행 단계, 수원사건에서 다른 변호인들이 한 업무와 피고인 곽상도의 법률상담이 기여한 정도, 액수 결정 경위 등의 제반사정들을 종합하면, 법률상담에 대한 대가라는 5,000만원은 지나치게 과다하여 사회통념상 정당한 변호사 보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곽상도는 피고인 남욱으로부터 돈을 교부 받을 당시 적극적인 선거운동과 선거자금이 필요하였던 상황으로 보이고, 돈 교부 시점이 통상적인 변호사 보수의 요구 및 지급 시기로 보기는 어색하며, 피고인 남욱으로부터 돈을 교부 받을 당시 피고인 곽상도가 보인 '정치자금으로 받는 것이 아니다'라는 언급 등의 반응, 피고인 남욱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정 모씨를 함께 데려가 피고인 곽상도의 정치활동에 도움을 주려고 하였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단지 명목만을 '변호사 비용'으로 하였을 뿐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5,000만원을 수수 및 기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곽상도 피고인은 백승희 변호사와 법무법인 위가 변호를 맡았다. 또 김만배는 이동열, 이상민, 김기동, 채동헌 변호사와 법무법인 태평양, 동북아가 변호했으며, 남욱은 법무법인 광장과 안효정 변호사가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