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사이인 A와 B씨는 생활비가 부족하자 2021년 10월 7일 00:48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아이스크림 무인 매장에서, B는 매장 밖에서 차를 타고 대기하고, A는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 미리 준비한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무인계산기 앞판을 분리하여 현금을 가지고 나오려 했으나, 계산기 앞판이 분리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A와 B는 약 1시간 후인 01:46경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다른 무인 매장에서, A가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 미리 준비한 일자 드라이버와 빠루를 이용해 무인계산기를 강제로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현금 7만원을 가지고 나온 것을 비롯하여 10월 13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모두 5회에 걸쳐 합계 57만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는 또 10월 15일 00:42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아이스크림 무인 매장에서 무인계산기 안에 들어있는 현금 15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1, 2심에선 절도와 주거침입죄 모두 성립한다고 보아 A에게 야간건조물침입절도와 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정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월 12일 주거침입죄는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2도14232).
대법원은 "피고인이 일반인의 출입이 상시 허용된 무인 매장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출입이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전제로 야간건조물침입절도와 폭처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하고,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또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