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회원들이 낸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 적용받는 기부금품 아니야"
[형사] "회원들이 낸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 적용받는 기부금품 아니야"
  • 기사출고 2023.02.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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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심 유죄 판결 파기환송…비영리 · 공익단체 존속에 숨통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12조는 "모집된 기부금품은 13조에 따라 모집비용에 충당하는 경우 외에는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모집목적 외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같은법 13조에서 "모집자는 모집된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의 일부를 기부금품의 모집,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모집금품 중 일부를 모집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되 그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또 위 각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16조 5 · 6호). 

이와 관련, 비영리 법인 등에서 후원회원 등 자격을 얻은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회비나 후원금은 기부금품법의 규율 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모집목적 외 용도 사용 금지, 최대 15%의 충당비율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정기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비영리 · 공익단체의 존속에 숨통을 틔워준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월 2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단법인 A연맹 대표 B씨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A연맹에 대한 상고심(2021도16765)에서 이같이 판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연맹은 소외 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 독거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무료급식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3년 4월 법인설립허가를 받고 같은해 7월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했다. B씨는 그러나 A연맹의 대표이사 또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2013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약 5년간 모집된 기부금품의 15%를 초과해 홍보비와 인건비 등 모집비용으로 사용하고, 같은 기간 644차례에 걸쳐 기부금품 중 1억 8,100여만원을 경조사비 등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A연맹이 기업 등 후원자로부터 모집한 기부금액과 매월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납부받은 '회비' 또는 '후원금' 금액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기부금품법의 적용대상인 기부금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B씨를 기소했다. 지출된 비용 역시 기부금품법에 따른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 A연맹의 인건비 및 홍보비 지출 비용에 관하여는 기부금품법 13조에 따른 모집비용 충당비율을 초과하여 비용에 충당하였다는 이유로 16조 1항 6호 위반죄를, A연맹이 경조사비 등에 지출한 금액에 관하여는 기부금품법 12조 1항을 위반하여 기부금품을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16조 1항 5호 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인 법인에게 '정기회원신청서' 또는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매월 정기적인 금액을 납부한 사람들은 피고인 법인의 정관에서 정한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 등 자격을 얻게 되고, 피고인 법인이 이러한 '정회원' 또는 '후원회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은 기부금품법 2조 1호 가목의 '법인이 정관에 따라 소속원으로부터 회비 또는 그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하여 모은 금품' 또는 같은 호 다목의 '법인이 소속원이나 제3자에게 기부할 목적으로 그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법인이 소속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금원은 기부금품법의 규율 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연맹은 정관에서 연맹의 목적에 동의하여 가입신청서를 작성 · 제출하는 사람을 정회원, 후원회원, 일반회원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 법인(A연맹)의 지출은 대부분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 후원금을 재원으로 하여 이루어졌고, 피고인 법인의 인건비 및 홍보비는 법인의 목적 수행에 수반되는 비용이며, 한편 피고인 법인이 금품을 모집한 목적 이외의 용도로 지출한 금액은 같은 기간의 모집금액의 0.337% 정도에 해당하고, 이자 등으로 인한 수입 금액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피고인 법인의 정관에 정한 '정회원', '후원회원', '일반회원'이 피고인 법인의 '소속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그들이 정기적으로 납부한 '회비' 또는 '후원금'에 대하여 기부금품법이 적용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기부금품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다목 규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공익사건으로 선정해 상고심부터 관여한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들의 변호를 통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받아낸 경우다.

동천에 따르면, 기부금품법이 현재 형태로 개정된 이래 행정안전부 등 등록청은 정기후원회원 등 정관에 따라 가입한 회원들로부터 받는 기부금은 '소속원'으로부터의 모금에 해당하므로 모집등록 대상이 아니고, 모집비용은 모집활동에 수반하는 모금종사자 인건비 등에 한정된다고 일관되게 해석해 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공익법인은 정기회비에 대해서는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고, 관련 세법이 정하는 규율에 따라 비용을 지출해왔다. 그러나 1, 2심에서 A연맹에 대해 기존의 행정해석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유죄판결이 선고된 것. A연맹에선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되자 동천의 문을 두드렸고, 동천에선 태평양의 변호사들과 함께 변호인단을 꾸려 기존의 판례와 법률 연혁, 기부금 관련 법체계의 종합적인 해석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툰 결과 1년여의 심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동천 관계자는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공익법인은 기부 관련 법령과 주무관청, 국세청, 기부금품 모집 등록청의 행정지도를 준수해왔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직원들에게는 인건비조차 제대로 지급할 수 없어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다"며 "정기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단체는 사실상 존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전국의 비영리 · 공익단체 관계자들의 큰 우려를 낳았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