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아파트 입주민 차량에서 화재 나 지하주차장 소훼됐어도 보험금 지급한 보험사가 입주민에 구상권 행사 불가"
[보험] "아파트 입주민 차량에서 화재 나 지하주차장 소훼됐어도 보험금 지급한 보험사가 입주민에 구상권 행사 불가"
  • 기사출고 2023.02.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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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입주민은 제3자 아닌 피보험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입주민의 차량에서 배터리 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지하주차장이 불에 탔다. 보험금을 지급한 아파트 단체화재보험 보험사가 차주인 입주민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서울 금천구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의 남편은 2021년 11월 10일 오후 11시 10분쯤 2005년식 SM5 승용차를 운전해 직장인 서울 영등포구에서 출발, 오후 11시 30분쯤 아파트 지하1층 주차장에 도착해 주차한 후 집으로 귀가했다. 그런데 2시간가량 지난 11월 11일 오전 1시 5분쯤 주차되어 있던 이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엔진룸이 전소되고 지하주차장 내부 마감재와 공용시설물, 주변에 주차된 일부 차량 등이 소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은 A의 남편이 2016년경 A 명의로 구입해 출퇴근용으로 사용해 왔다.

화재의 발생원인을 합동으로 조사한 서울금천경찰서, 서울경찰청 광역과학수사팀과 구로소방서는, 주차장 CCTV와 차량의 엔진룸 내부 연소와 소실 형상, 본넷 내부 패널의 수혈흔 등을 조사한 뒤 '화재는 차량 엔진룸 내부의 배터리 플러스(+) 단자 전원선에서 절연연화에 의해 단락(합선)이 발생되어 착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방화 등의 범죄혐의와 피해자의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짓고, 불입건(내사종결) 처리했다.

이 아파트 구분소유자를 대표한 B와 보험목적물을 이 아파트 건물로 하는 단체화재보험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은, B의 요청에 따라 지하주차장 소훼 부분의 복구공사를 한 업체에게 보험금으로 복구공사비 상당액인 5,900여만원을 지급한 뒤, A와 사고가 난 SM5 승용차의 자동차종합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같은 금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구상금청구소송(2022가단5082390)을 냈다. 이 단체화재보험의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란에는 'B'로만 기재되어 있는데, B는 아파트 관리단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총무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아파트 구분소유자와 거주자들을 위해 이들을 대표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보험의 계약장표에는 '이 보험계약에서 다수의 소유자가 있는 경우에 자신의 소유가 아닌 목적물에 대하여는 피보험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각 세대는 세대의 개별 소유물에 대해서만 피보험자입니다'라는 내용의 계약 추가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근 판사는 1월 10일 "A는 피보험자여서 원고가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삼성화재의 청구를 기각했다. 상법 제682조에 따르면,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 판결(2015다237618 등)에 따르면,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는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 보험금액을 지급한 보험자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그 제3자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제도로서, 보험자가 취득하는 권리에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도 당연히 포함되나, 보험계약의 해석상 보험 사고를 일으킨 자가 위 법에 정한 '제3자'가 아닌 '피보험자'에 해당될 경우에는 보험자는 그 보험사고자에 대하여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

김 판사는 "이 사건 화재보험은 아파트 관리단 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총무인 B가 화재보험법에 따라 구분소유자들을 위하여 아파트 전체 및 아파트 내 가재도구를 하나의 보험목적물로 하여 체결한 아파트 단 체화재보험으로서, 피보험자는 아파트의 각 구분소유자 및 세대에 속한 사람 중 가재도구의 소유자이고, 그 피보험이익은 이들이 각자 자신 소유의 아파트의 각 전유부분, 공용부분 및 가재도구에 대하여 가지는 재산상 이익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237618 판결 참조)"며 "A 및 그 동거가족은 이 사건 보험과 관련하여 전유부분인 아파트 호실 및 아파트 공용부분에 대하여는 상법 제682조의 제3자가 아니라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령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인 피고 A 또는 공동운행자인 남편에게 화재 발생과 관련하여 공작물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로 손상을 입은 공용부분의 복구와 관련된 피해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는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피고 A에 대하여는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 차량의 보험사인 현대해상에 대한 청구도 "피고 A를 상대로 한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 A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의 보험자인 피고 보험회사에 대한 청구도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김 판사는 "구체적인 배터리의 단락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차량의 소유자인 A와 공동운행자인 A의 남편이 화재 발생 10일 전에 배터리가 방전되는 현상이 발생하였음에도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 운행을 계속하였다고 하여 차량에 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그 외에 달리 A에게 차량에 대한 관리보존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며 A에게 공작물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두우가 A씨와 현대해상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