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안진 · 어피니티 관계자 항소심도 무죄
'교보생명 풋옵션' 안진 · 어피니티 관계자 항소심도 무죄
  • 기사출고 2023.02.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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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2차 중재, 어느 쪽에 유리할까?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 대한 풋옵션 이행 청구와 관련, 풋옵션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계산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에게 항소심 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2월 3일 "가치평가 업무에서 평가자와 의뢰인이 논의를 주고받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평가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발행이 안진 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에 비추어 어긋난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전부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간 2조원대 풋옵션 분쟁과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관계자와 안진 회계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어피니티와 신 회장 사이의 2차 ICC 중재의 향배에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교보빌딩 홈페이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간 2조원대 풋옵션 분쟁과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관계자와 안진 회계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어피니티와 신 회장 사이의 2차 ICC 중재의 향배에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교보빌딩 홈페이지).

이 사건은 신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사이에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절차가 진행되던 와중인 2020년 교보생명이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2020년 교보생명 고발로 시작

교보생명은 검찰에 안진의 평가금액이 과대평가되었다고 고발하였으나, 검찰은 "평가가 전문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항소심 법원도 1심과 똑같은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변호인들은 3일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자 "이번 판결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되었다.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 관계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도 풋옵션 주식 가치평가와 관련, 안진 회계사 등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 사이에 진행 중인 ICC 2차 중재의 향배에 한층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CC 중재 판정 불구 분쟁 종결 안 돼

ICC 중재판정부는 2021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 24%의 풋옵션 주식을 주당 40만 9,912원에 매수하라며 낸 풋옵션 이행청구 중재사건(1차 중재)에서 "신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정해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고 하면서도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가격에 살 의무는 없다며 어피니티 측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풋옵션은 유효하고 신 회장이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 ICC 중재판정부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어피니티와 신 회장과의 분쟁은 미완의 분쟁으로 남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22년 2월 다시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409,912원을 적용할 경우 청구금액이 2조원이 넘는 같은 내용의 풋옵션 이행청구 중재(2차 중재)를 다시 ICC에 제기, 현재 양측 사이에 치열한 서면공방이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관계자들과 안진 회계사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며 FI 측의 풋옵션 주식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중재 판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차 중재의 중재판정부는 형사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21년 9월 판정을 내리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 절차의 기소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차 중재와 2차 중재의 중재판정부 구성이 다르고, 형사판결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심 판결 전에도 중재판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마저 무죄가 선고되어 풋옵션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전문가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2차 중재에선, 중재는 단 한 번의 판정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인데 1차 중재에 이어 같은 내용의 2차 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인지, 이른바 '기판력' 쟁점을 포함하여 여러 쟁점이 다투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 측 관계자는 2차 중재에선 풋옵션 주식의 매수와 함께 신 회장에게 적정시장가격(FMV, Fair Market Value)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청구의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어피니티 측의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고 주식가치 평가를 위한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았다. 이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9년 3월 딜로이트 안진의 평가가격인 주당 409,912원에 교보생명 풋옵션 주식을 매수하라며 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중재 판정의 결과를 떠나 신 회장에게 풋옵션 주식에 대한 매수의무 자체는 인정되었기 때문에 2차 중재 등으로 분쟁을 오래 끄는 것이 신 회장에게 반드시 유리한 선택이 아니라는 유력한 견해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풋옵션은 일종의 형성권이어 풋옵션을 행사하는 순간 풋옵션에 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가격산정 문제만 남는데, 나중에 가격이 확정되면 풋옵션을 행사한 시점부터 그 가격에 대한 법정이자가 발생해 이자만 해도 엄청난 액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변호사 비용 1천억 전망도

신 회장은 또 1차 중재판정부가 주주간계약 위반 등을 인정해 신 회장을 패소당사자로 보고, 신 회장에게 모든 중재비용과 상대방 변호사비용(legal fees)의 50%인 약 187억원을 부담하라고 판정, 신 회장 측 대리인에게 지급하는 변호사보수 외에 상대방 변호사비용 등 187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여기에 2차 중재에 소요되는 변호사비용 등 어피니티 컨소시엄 vs 신창재 회장 사이의 풋옵션 분쟁이 2조원이 넘는 청구금액은 물론 변호사보수 등의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값비싼 분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1, 2차 중재에 걸친 신 회장과 FI 양측의 변호사비용을 모두 더하면 1,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분쟁의 1차 중재에선 김앤장과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신 회장 측은 법무법인 광장과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이 대리했다.

2차 중재는 신 회장 측 대리인은 1차 중재와 동일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법무법인 피터앤김과 태평양, Three Crowns가 대리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