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조장하는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아요"
"이혼 조장하는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아요"
  • 기사출고 2004.08.0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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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내기에 앞서 상담에 더 신경쓰는 박보영 변호사]
"결코 이혼을 조장하는 변호사는 되지 않겠다는 게 저희 법률사무소의 방침입니다."

◇박보영 변호사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보영 변호사는 이혼 관련 사건이 전체 사건의 절반이 넘는 가사전문 변호사쯤에 해당한다.

18년의 법관 생활중 4년6개월 정도를 서울가정법원에서 근무한 가사통으로, 서울가정법원의 조정담당 판사 등을 역임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2월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그에게 이혼 관련 사건 등이 많이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사자가 굳이 이혼을 원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는 게 변호사의 일차적인 임무이겠지요. 하지만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상담을 통해 이혼이 아닌 다른 방법의 해결을 함께 찾아 봅니다."

박 변호사는 "법원에 있을 때 당사자로부터 상대방 변호사가 이혼을 조장하고, 싸움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의 진정을 많이 받았었다"고 소개하며, "그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사무실에 가족치료사 자격을 갖춘 전문 상담사인 이화자(60 · 여)씨가 1주일에 두, 세번씩 들러 의뢰인들의 상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재판에 앞서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박 변호사의 평소 소신에 따른 조치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 상담사는 서울가정법원의 조사관을 역임한 상담 전문가로, 구청에서도 이에 관련된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고 한다.

"재판 가더라도 분노 조절 위한 상담 필요"

"설령 재판으로 가더라도 상담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혼을 생각하고 법률사무소를 찾는 분들을 보면 대개 감정이 악화될대로 악화된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일종의 분노 조절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분노가 치민 상태에서 이혼으로 마무리 될 경우 자녀들에게 아주 안좋은 영향을 남길 수 있는데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말끔한 마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또 피고의 입장일 때도 원고일 때와 마찬가지의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대방이 이혼 소장을 내고 재판을 걸어 왔는데, 무조건 이혼하지 않겠다고만 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가정 파탄의 가장 큰 이유는 부부간의 대화 부족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혼 소송을 내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 오히려 대화의 수단으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이런 경우 소제기는 대화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우회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혼해야만 한다면 건강한 이혼이 되도록 하고,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가정의 복원을 도와 주어야 하겠지요."

후배인 사법연수원 33기의 서희경 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법정 출석보다도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느라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