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가 Corporate and M&A, 금융, 인사노무, 송무, 국제중재, 조세, 공정거래, 건설 · 부동산, IP, TMT 등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에서 2022년을 빛낸 '2022 올해의 변호사(Lawyers of the Year)' 19명을 선정, 그들의 활약상과 성공 노하우를 조명한다.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딜을 성사시키고 분쟁을 해결해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한 성공의 주역들이다. 편집자
"스위스연방대법원의 주심재판관이 독일계 여성분이었는데 그분이 독일어로 쓴 논문까지 입수해 읽어보며 판결 성향을 분석해 준비했어요."
변호사 경력 17년의 김명안 외국변호사는 승소 판정도 여럿 받았지만 올해만큼 박진감 있게 보낸 해가 없다고 2022년을 회고했다.
지난 6월 ICC 중재판정부는 김 변호사가 2년 넘게 담당해온 STX엔진에 대한 국제중재 강제인입(joinder) 결정이 잘못되었다며 취소 판정을 내렸다. 하마터면 청구금액이 1,712만 달러(약 220억원)에 이르는 국제분쟁에 휘말릴 뻔한 의뢰인 회사의 법적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한 것으로, 중재판정부로 하여금 강제인입 결정을 스스로 취소하게 한 데는 김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본 중재는 방글라데시 암누라(Amnura) 등 지역의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엔진과 부품 등을 납품한 STX중공업이 발주처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물품대금 청구사건이었다.
스위스 법원에 취소 신청
그러나 2020년 1월 중재판정부가 피신청인인 발주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강제인입을 결정하며 STX중공업에 엔진부품을 납품한 STX엔진으로 불똥이 튀었다. 즉각 STX엔진의 소방수로 투입된 김 변호사는 중재지가 스위스인 점에 착안해 중재지법인 스위스법에 따라 스위스연방대법원에 강제인입 결정의 취소를 신청하고 관할권 항변을 제기했다. 이어 영어로 서면을 작성한 후 다시 독일어로 번역해 제출하며 독일 로펌과 함께 대응한 결과는 2020년 11월 스위스연방대법원의 강제인입 효력정지와 중재판정부가 다시 판단해보라는 일종의 파기환송 결정.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다시 심리한 끝에 강제인입을 취소하는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STX엔진이 중재조항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중재합의에 압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거 아니냐, 이렇게 넓게 판단해서 중재판정부가 강제인입을 시킨 건데, 스위스연방대법원의 주심재판관은 성향이 정반대라는 걸 알았어요. 중재조항을 굉장히 엄격하게 문구에 따라 해석하고 적용하는 분이셨거든요. 그래서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죠."
김 변호사는 "의뢰인 회사와 같은 하도급업체가 본안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선 하도급업체로만 인지되었고, 하도급계약상의 역무를 수행한 것 외에 자신의 역할 이상으로 본안 프로젝트 당사자들의 계약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부각시키면서 재판부를 설득하였는데 이러한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HKIAC, 6천억 지급 승소 판정
김 변호사는 강제인입 취소 판정을 받은 비슷한 시기에 국내의 펀드 운용사와 해외 무역금융사들 사이의 역외펀드 구조화 거래에 관련된 HKIAC 국제중재에서도 국내 운용사를 대리해 전부 승소 판정을 받았다. 법률비용 전액 보상을 포함해 약 6,000억원을 지급받는 완벽한 승소였다.
UCLA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국제정책학 석사에 이어 로욜라 로스쿨(JD)에서 법을 공부한 김 변호사는 국제중재 변론에서 라틴어 법언을 인용할 정도로 라틴어도 잘 한다.
라틴어 용어 인용해 반대신문
2년 반 전쯤 서울에서 외국 회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한국의 공사를 상대로 낸 ICC 중재사건의 변론(hearing)이 열렸다. 상대방이 신청한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이 한국법의 신뢰보호 원칙에 관해 증언하는 것을 듣던 김 변호사는 의장중재인이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점을 감안해 이 증인을 상대로 라틴어 법률용어를 써가며 영어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Malum in se'(본래적 불법행위)와 'Malum prohibitum'(금지적 불법행위)의 차이를 설명하며 교통법규 등과 같이 정책이나 행정상 이유로 법령이 바뀐 경우는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취지로 설득에 나선 것인데, 이 때문인지 6개월 후 내려진 판정 결과는 김 변호사가 대리한 한국 의뢰인의 전부 승소였다고 한다.
재판관의 판결 성향과 중재인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까지 파악해 변론에 임할 정도로 전방위로 전략을 구사하는 김 변호사는 코로나 백신 관련 기술개발 컨설팅 분쟁, 글로벌 호텔 체인을 대리한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등 최근 새로운 사건을 많이 맡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녀의 실력을 알아본 의뢰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