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매장 주인 속여 타인 분실 지갑 가져갔으면 절도 아닌 사기"
[형사] "매장 주인 속여 타인 분실 지갑 가져갔으면 절도 아닌 사기"
  • 기사출고 2023.01.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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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기죄의 처분행위 해당"

A는 2021년 5월 16일 12:00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매장에서 우산을 구매하고 계산을 마친 뒤, 바닥에 떨어져 있는 B(52)의 갈색 남성용 반지갑을 습득한 매장 주인으로부터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 것이 맞다"고 말하면서 지갑을 건네받은 뒤 그대로 가지고 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지갑에는 운전면허증 1매와 주민등록증 1매, 우체국체크카드 1매, 현금 5만원권 1매가 들어 있었으며, B는 10분 전인 11:50경 드라이버를 구매하기 위해 이 매장에 방문했다가 지갑을 떨어뜨려 분실한 것이다. 검사는 주위적으로 절도, 예비적으로 사기 혐의로 A를 기소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월 29일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2006도2963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에 반해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시, A에 대해 절도는 무죄, 사기 혐의는 유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12494). 확정된 형량은 벌금 50만원.

대법원은 "매장 주인은 반지갑을 습득하여 이를 진정한 소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었고, 나아가 매장 주인은 이러한 처분 권능과 지위에 기초하여 위 반지갑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에게 반지갑을 교부하였고 이를 통해 피고인이 반지갑을 취득하여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며 "따라서 매장 주인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행위를 절취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 · 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며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밝혔다.

또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져 어떠한 재산상의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산적 이득을 얻을 것을 요하고,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관리자가 있는 매장 등 장소에서 고객 등이 분실한 물건을 관리자가 보관하는 상태에서, 그 관리자를 속여 분실물을 가져간 행위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에 따르면, 절도죄(형법 329조)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사기죄(형법 347조)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절도죄를 인정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사기죄로 의율, 판단이 서로 달랐으나 형량은 1, 2심 모두 벌금 50만원이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