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세무공무원 작성 심문조서, 당사자가 내용 부인해도 증거로 사용 가능"
[형사] "세무공무원 작성 심문조서, 당사자가 내용 부인해도 증거로 사용 가능"
  • 기사출고 2023.01.0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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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사기관 피신과 달라"…진정 성립 · 특신상태 필요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심문조서는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당사자가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진정 성립과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월 15일 특가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남 고성군에서 수산물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중개인 B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8824)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A, B씨에게 똑같이 징역 2년과 벌금 14억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공모하여, A의 수산물 유통업체가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식당 등에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2016년 3월 31일경부터 같은해 12월 31일경까지 250회에 걸쳐 총 72억여원어치를 공급한 것처럼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고, 공급가액 합계 70억여원 상당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해 정부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A는 이와 별도로 단독으로 2억 6,530만원 상당의 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하고 같은 공급가액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B는 그러나 "유죄의 증거로 제출된 세무공무원 작성의 피고인들에 대한 범칙혐의자심문조서는 수사기관 작성의 피고인 진술 기재 서류로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12조는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당사자인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같은법 313조에 따르면, 전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진정 성립과 특신상태) 충족 여부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B의 주장을 배척하고 형사소송법 313조를 적용, "위 각 심문조서를 작성한 조사자가 법정에 출석하여 심문조서가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였고, 각 심문조서에 적힌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범칙혐의자심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사법경찰관리 또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하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법령에 따라 국민의 생명 · 신체 · 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광범위한 기본권 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소관 업무의 성질이 수사업무와 유사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에도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함부로 그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사법경찰관리 또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조세범칙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이 피고인이 된 혐의자 또는 참고인에 대하여 심문한 내용을 기재한 조서는 검사 ·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볼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라 증거능력의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작성자 · 진술자의 진술에 따라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나아가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때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조서 작성 당시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조세범 처벌절차법」 및 이에 근거한 시행령 · 시행규칙 · 훈령(조사사무처리규정) 등의 조세범칙조사 관련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한 진술거부권 등 고지,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열람 · 이의제기 및 의견진술권 등 심문조서의 작성에 관한 절차규정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 · 위반 등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여부의 판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각 범칙혐의자심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13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됨을 전제로, B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세무공무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세범칙조사 과정에 작성된 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단기준이 형사소송법 312조가 아니라 형사소송법 313조임을 명시한 것"이라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