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컨테이너 초과사용료는 날마다 발생…화물 도착 후 1년 지났어도 손배청구 가능"
[해상] "컨테이너 초과사용료는 날마다 발생…화물 도착 후 1년 지났어도 손배청구 가능"
  • 기사출고 2023.01.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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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폐기물을 수출화물로 속여 베트남에 보낸 운송주선업자 상대 승소

운송주선업체와 운송계약을 맺고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까지 화물을 운송했으나 수하인이 화물을 찾아가지 않았다. 상법상 운송인의 수하인 등에 대한 채권은 제척기간이 1년인데, 화물 도착 후 이 기간이 지났어도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상법 814조 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1일 해상운송업을 하는 법인인 A사가 운송주선업체 B사를 상대로 "수령지체로 인해 지출한 호치민항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80685)에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의 손해는 날마다 계속 발생하므로, 소제기 1년 안에 발생한 부분은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A사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호치민항 터미널 보관료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해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사는 2017년 1월 B사와 40피트 컨테이너 6대 분량의 광케이블 등의 화물을 광양항에서 베트남 호치민항까지 운송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광양항에서 호치민항까지 화물을 운송, 2017년 2월 19일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화물은 폐기물처리업자가 케이블 등 수출 화물인 것처럼 가장해 B사에 운송을 의뢰한 것으로 사실은 폐기물이었다.

결국 화물은 베트남에서 통관을 받지 못했다. B사 또는 B사가 지정한 수하인도 화물을 수령하지 않았고, 화물은 A사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채 현재까지 베트남 호치민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되어 있다. 이에 A사가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후 약 2년이 경과된 2019년 2월 운송계약 당사자인 B사를 상대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미화 226,603.73달러와 터미널 보관료 26,677.09달러 등의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B사의 제척기간 도과 주장을 받아들여 A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화물의 수하인에 대한 인도는 늦어도 2017. 2. 19.로부터 1개월 이내에는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나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이유였다. 이에 A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제척기간은 적어도 권리가 발생하였음을 전제하는 것이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에까지 그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여 권리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부분 중 호치민항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호치민항 터미널 보관료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했다. 호치민항에 도착한 화물을 수하인이 수령하지 않아 화물이 원고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호치민항 터미널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 상당의 손해는 날마다 계속 발생하여 나날이 새로운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지나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상법 제814조 제1항 제척기간의 기산점으로서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지나서 발생하는 위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 기산일은 그 채권의 발생일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그 날부터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정해진 권리의 존속기간인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이 넘어 발생하는 채권의 경우에는 발생하기도 전에 그 행사기간이 경과하여 소멸한 것이 되어 권리자가 권리를 잃게 되는 결과는 불합리하고 나아가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구 관습법 또는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호치민항에 도착한 화물을 수하인이 수령하지 않아 발생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및 터미널 보관료 손해배상청구 중 이 사건 소제기 1년 안에 발생한 부분까지도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판단에는 제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와 피고는 호치민항에서의 컨테이너 초과사용료 등에 관하여 1일당 일정 금액을 피고가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운송계약의 준거법을 대만법으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에 따라 운송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한민국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무상 컨테이너 해상운송에서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항(도착항)까지 운송하여 인도 준비가 완료되었음에도 수하인이 이를 수령하지 않거나 이 사건처럼 폐기물이 운송되어 컨테이너가 양하항(도착항)에 장기간 방치됨에 따라 발생하는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물의 내용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운송계약 상대방(화주 또는 운송주선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