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재택근무 '네이트 판' 모니터링 요원도 근로자"
[노동] "재택근무 '네이트 판' 모니터링 요원도 근로자"
  • 기사출고 2023.01.08 1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회사가 상시적 지휘 · 감독"

재택근무를 하면서 하루 4~5시간 온라인 게시판인 '네이트 판'에 올라오는 댓글 등을 관리한 모니터링 요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11월 17일 '네이트 판' 모니터링 위탁업체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A씨 등 모니터링 요원 2명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7235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해마루가 중노위원장을 대리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상시 약 9,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콜센터, 텔레마케팅 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는, 2016년 3월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콘텐츠 운영, 배너 관리, PC 지원, 고객센터, '네이트 판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 등을 위탁받았고, 그중 위 모니터링 업무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프리랜서 도급업무계약서'를 작성한 모니터링 요원들로 하여금 수행하게 했다. 

A씨 등 2명은 2016년 3월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프리랜서 도급업무계약서를 작성하고 네이트 판 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했다. A씨 등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의 계약기간을 6개월 내지 7개월 단위로 총 8회에 걸쳐 연장해오면서 평일 4~5시간, 토요일 또는 일요일 8시간의 각 특정시간대에 근무했는데,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2020년 9월 30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고 2020년 8월 말경 구두로 통보하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각하했으나, 중노위가 'A씨 등 2명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로서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의 계약종료 통보는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구제신청을 인용하자,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소송을 냈다.

A씨 등을 비롯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프리랜서 도급업무계약서를 작성한 모니터링 요원들이 수행한 모니터링 업무는 네이트 판 서비스 사이트에 사용자들이 글, 댓글, 동영상 등의 게시물을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조사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가 작성한 '모니터링 가이드' 등 업무지침에 따라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고 사용자들에게 경고 · 이용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 업무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참가인들을 포함한 30명 이상의 모니터링 요원들을 나누어 특정시간대에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는데, 근무 중인 모니터링 요원이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게시물의 삭제 · 노출 여부, 사용자에 대한 제재 등 모니터링 업무 전반에 있어서 통일적인 업무처리를 기하려 하였고, 이를 위해 이 사건 가이드라인이나 추가 업무처리지침 등 상세하고도 공통적인 업무지침을 바탕으로 모니터링 요원들에 대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지시를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참가인들이 도급계약에서와 같이 외부의 지시나 명령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참가인들을 상시적으로 지휘 · 감독하였다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모니터링 업무의 지침이 되는 상당한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여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제공하였고, 이는 원고에 의해 계속 수정 · 보완되었으며, 원고의 직원(매니저)들이 모니터링 요원들의 조치가 가이드라인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모니터링 요원들에게 삭제, 삭제행위 제지, 제재, 제재 내용의 변경 등을 지시하였다"며 "모니터링 요원들은 이와 같은 지시에 따라야 했고 원고가 정한 지침과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무장소와 관련해서도, "프리랜서 도급업무계약서에서 근무장소를 '모니터링 요원이 원하는 장소'로 정하고는 있으나, 원고는 모니터링 요원 채용 공고에서 근무장소를 '재택근무(지정된 장소에서만 근무 가능)'로 명시하였고, 가이드라인에서 주의사항으로 '해외 IP 접속, PC의 잦은 IP 변경 접속은 불가하오니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 업무 진행바랍니다'라고 기재하였으며, 참고사항으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꺼지고 부팅이 안 될 경우, 먼저 관리자에게 상황을 공유하여 자택 내 여분의 PC를 이용하는 등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기재하였다"며 "이에 의하면 자택 등 한정된 장소에서의 업무수행이 요구되었으므로, 모니터링 요원들의 근무장소 선택에는 현저한 제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프리랜서 도급업무계약서에서는 원고가 모니터링 요원에게 지급하는 금원을 '도급금액'으로 명기하고는 있으나, 위 금액은 최저임금과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었고, 일례로 모니터링 요원이 지각한 경우에는 지각한 시간만큼의 금액을 차감하였다"고 지적하고,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참가인들에게 지급한 금원은 일의 완성 여부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를 제공한 시간에 비례하여 지급된 것으로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2년을 초과하여 참가인들을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였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사유를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없으므로,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참가인들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참가인들과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참가인들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