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문을 연 법무법인 가온은 승소율이 높은 '조세 부티크'로 유명한 로펌이다. 다양한 세목의 조세쟁송에서 놀라운 성과를 도출하고 있으며,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과 함께 조세 전문가들의 합류가 이어지고 있다. 또 조세팀과 함께 대형 로펌 출신들이 포진한 기업자문팀,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팀에서도 애플의 인앱강제 수수료 초과 징수 시정, 김재열 ISU회장 당선 관련 법률자문 등 의미가 큰 사안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온을 '2022 올해의 한국 로펌(Korea Law Firm of the Year)'으로 선정, 성과와 성공비결을 조명했다.
지난 11월 21일 오전 9시 반 서울 강남의 법무법인 가온 대회의실에 가온 조세팀의 변호사와 전문가 16명이 들어섰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조세팀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강남규 대표변호사가 주재한 이날 회의엔 소순무 고문, 헌법재판소 수석헌법연구관을 역임한 신동승 변호사, 미 국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김앤장에서도 활동한 서심석 외국변호사도 참석해 정오까지 자리를 지키며 가온이 수행하는 여러 사건을 놓고 전략 도출 등 후배변호사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조세 분야에서 김앤장, 법무법인 율촌 등 대형 로펌 못지않게 두각을 나타내는 로펌이 법무법인 가온으로, 가온은 로펌들 사이에서도 가장 성공한 '조세 전문 로펌'으로 평가받고 있다. 택스워치가 2016년 1월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기업 조세소송사건 1,097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이상을 선고받은 로펌 중에서 김앤장과 함께 62% 동률로 승소율 1위를 차지한 로펌이 가온이며, 사건 수에 있어서도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조세 부티크 중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승소율 62%…김앤장과 동률
2017년 문을 열어 5년이 지난 가온의 높은 경쟁력,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기자가 이날 가온을 찾은 이유도 가온의 성공 노하우를 취재하기 위한 것으로, 무엇보다도 가온 조세팀을 구성하고 있는 프로페셔널 16명의 높은 전문성을 빼놓고 가온의 성공을 얘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가온의 창립파트너인 강남규 대표변호사는 2005년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 18년째 조세 한우물만 파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조세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미 CFA(공인재무분석사) 자격도 갖추고 율촌에 있을 때 워싱턴에 있는 유명 조세 로펌인 Caplin & Drysdale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강 변호사는 국제조세, 상속세와 증여세,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관세 등 세목을 가리지 않고 해박한 이론과 실력과 겸비했다는 평가, 그의 실력은 국세청 관계자들도 다 인정한다.
2년 전인 2020년 가온에 합류한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의 인연도 강 변호사의 뛰어난 실력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 전 청장이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으로 있을 때 과세한 사건에 불복소송이 제기되어 강 변호사 팀에서 국세청을 대리하게 되었는데, 이때 강 변호사가 법원에서 국세청을 방어하며 제출한 서면을 읽어본 김 전 청장이 강 변호사의 탁월한 논리 전개에 감탄해 "이 변호사 정말 뛰어난 것 같다.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만남을 제의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 정말 뛰어난 것 같다"
강 변호사 다음으로 소개할 가온의 구성원 중 한 명은 1세대 조세변호사이자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그룹을 이끌었던 소순무 변호사다. 가온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는 소 변호사는 특히 17년 전 기획재정부 특별사무관 채용이 예정되어 있던 강남규 변호사를 설득해 율촌으로 영입한, 강 변호사를 조세변호사로 이끈 대선배로, 17년이 지난 올 초 이번엔 그가 율촌을 떠나 조세 부티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강 변호사 사무실에 합류했다.
또 서울대 조세법 석사이자 행정법 · 헌법 전문가인 신동승 변호사와 국제조세 쪽에서 활약하는 서심석 외국변호사가 강 대표, 소순무 고문과 함께 가온의 시니어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가온 조세팀엔 시니어 그룹의 두 배에 해당하는 8명의 중견,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함께 포진하고 있다.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어느 로펌 조세팀에도 밀리지 않는 변호사 12명의 상당한 규모다.
회계사 출신, 국세청 변호사도 가세
가온의 변호사 중엔 공인회계사 출신 변호사도 있고, 회계법인의 세무자문본부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한 변호사도 있다. 박준형 변호사는 또 사법시험 합격 후 감사원에 이어 중부지방국세청 송무과에서 4년간 근무한 후 지난 해 가온에 합류했으며, 조영식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에 이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파견근무한 경력도 있다.
가온의 변호사들은 국세청 국세공무원교육원 겸임교수, 한국금융연수원 강사 등으로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얼마 전 합류한 이상율 전 조세심판원장이 세무자문, 세무조사 단계부터 힘을 보태며 조세심판, 조세소송으로 이어지는 조세분쟁의 전 과정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로펌이 가온이라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어소 변호사 중 가장 먼저 지난해 플로리다대 로스쿨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이승준 변호사는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며 협업하는 문화와 활발한 소통을 가온의 강점으로 얘기했다.
가온의 활약과 성공은 구체적인 업무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외 주식 증여에 대한 100억원대 증여세 부과처분을 조세심판원 결정을 통해 취소시킨 사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특히 이 사건은 비상장 주식의 특성상 증여시점에만 일시적으로 100억원 정도로 고평가되어 과세가 이루어졌으나, 현재의 주식가치는 '0원'이고, 수증자인 납세자가 이 주식을 제외하면 세금을 납부할 재력이 없었으나 불복에도 불구하고 2년간 체납처분 및 출국금지를 당해 어려움을 겪은 사건으로, 납세자는 가온의 성공적인 변론을 통해 2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강 변호사는 "수증자가 해외에서 생활해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없는데다 해당 주식을 증여한 자식이 증여 당시 미성년자여서 법원에 청구해 특별대리인을 선임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법상 이해상반행위 규정에 저촉되어 증여가 무효라는 주장을 폈다"며 "조세심판원은 특별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진 증여여서 무효이고 따라서 증여세 부과는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국세청 과세논리 역이용
이번엔 조세심판원에서만 5년 가까이 끌어온 200억원대의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결정. 국세청에선 종래 개인 주주가 발행법인에 대한 주식을 양도하고 해당 법인에서 이 주식을 소각하면 이를 감자로 보아 납세자에게 유리한 양도소득을 부인하고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배당소득으로 과세해왔는데, 이 과세논리를 법인에 대하여 역으로 적용하여, 인수법인에 주식양도 후 이루어진 모자 합병에서 지급된 대가를 사업부를 매도한 법인 입장에서 양도소득이 아니라 배당소득으로 구성하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경정을 구해 관철시킨 사건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해선 과세당국이 불복할 수 없어 납세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이외에도 과점주주 취득세에 있어 특수관계의 범위에 관한 1, 2심 원고 패소 사건을 상고심에서 관련 조문의 면밀한 해석을 통해 파기환송시키고, 가족간에 불화가 있어 집을 떠난 둘째 딸에게 가족의 일원(특수관계)이라는 이유로 이루어진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처분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법원은 송달무효를 잘 인정하지 않는데 1심 패소를 극복하고 사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납세자에게 현실 송달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송달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는 등 가온 조세팀이 선례적 가치가 있는 판결을 꾸준히 생성하고 있다.
국세청 대리도 활약
물론 가온이 납세자만 대리하는 것은 아니다. 가온은 국세청을 맡아 납세자의 공격으로부터 과세처분을 지켜내는 세수 실현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강남규 대표는 이와 관련, "17년간 우직하게 조세 한길을 걸어왔는데,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며 "저는 원고 대리를 하거나 국세청 대리를 하거나 어쨌든 이론적으로 맞는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변론에 임하지,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마음먹고 무리하게 억지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세법을 전공하고 2017년부터 가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승재 변호사도 "가온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로펌이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조세분야의 모든 세목과 단계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말하자면 납세자를 대리하든 국세청을 대리하든 세법에 입각한 적법과세 논리를 펴며 조세분쟁을 해결하고 조세 전문성을 공고히 해온 것이 조세 부티크 가온의 성공비결인 셈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실력은 인정하지만 규모가 작아 사건을 의뢰하기 어렵다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가온의 조세 전문성을 탐낸 대형 로펌으로부터 합병 제의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그러나 조세 전문 한길을 걸으며 가온을 대형 로펌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높은 승소율의 조세 부티크로 성공시켰다. 앞으로의 발전 계획도 대형 로펌처럼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조세 분야를 떠올리면 항상 톱클래스에 리스팅되는, 탁월한 전문성의 조세 전문 로펌으로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패밀리 오피스 센터' 오픈
가온은 올 상반기 배정식 전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을 영입, '패밀리 오피스 센터'를 오픈했다. 기업 오너가와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상속, 증여, 신탁, 가업승계, 후견 등 자산승계에 관련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로, 가온의 뛰어난 조세 전문성을 자산승계에 접목시켜 확대한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세금에서 벗어나 살 수 없어요. 가온이 생을 마감한 후에도 세금 문제 해결의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다는 겁니다."(강남규 변호사)
서울 테헤란로의 큰길타워 19층에 위치한 가온의 대회의실에선 충현교회 건너 멀리 남산과 도봉산까지 바라다보였다. 강남규 대표와 조세 전문 가온도 탁트인 조망만큼 큰 꿈을 키우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