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인권존중 · 인권실사, 분명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
[ESG] 인권존중 · 인권실사, 분명한 트렌드로 자리 잡아
  • 기사출고 2022.12.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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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글로벌 공급망 ESG 리스크' 세미나

법무법인 율촌이 11월 11일 ESG 리스크 관리체계 고도화를 위한 시리즈 세미나의 첫 번째인 '글로벌 공급망 ESG 리스크 규제 강화 동향'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율촌 ESG 팀의 윤용희 변호사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법제화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안정혜 변호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강제노동금지 규제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또 이정우 변호사가 최신 정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일본의 인권 실사 규제동향을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행동강령에 따른 리스크도 존재

ESG 시대에 경영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이 식별 · 관리해야 하는 ESG 리스크를 3층 주택에 비유해서 이해해 보자. 한국 기업이 식별 ·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 요소들로 구성된 ESG 리스크 주택(ESG Risk House)을 상정해 보면, (i)1층에는 한국 국내 법령에 따른 리스크(예: 환경법, 공정거래법 등 국내 법령상 규제와 이에 따른 리스크)가, (ii)2층에는 국제 규범 및 외국 법령에 따른 리스크(예: 한국 기업의 유럽 소재 고객사가 준수해야 하는 국제 규범 및 외국 법령상 규제와 이에 따른 리스크)가, (iii)3층에는 (법령이 아니지만) 행동강령(Code of Conduct)에 따른 리스크(예: 유럽 고객사로부터 공급망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RE100 가입을 요구받는 경우)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ESG 리스크 주택의 개념과 구성요소
◇ESG 리스크 주택의 개념과 구성요소

1996년 나이키 아동노동 사건

전통적으로 기업 활동으로 인해 인권 ·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고 이를 예방 · 완화하기 위한 의무는 각 개별 국가의 환경법 등 국내 법령에서 규율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6년 나이키 아동노동 사건(파키스탄) 및 2013년 라나 플라자(Rana Plaza) 붕괴 사건(방글라데시) 등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 아동노동, 강제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등 글로벌 기업의 인권 침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비용 최소화를 위해서 열악한 규제 환경 및 노동 환경에 머물고 있는 개발도상국 소재 사업자를 협력사로 선택하는 글로벌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 의무화에 관한 국제 규범, 즉 UN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2011) 및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2011)이 제정되고, 국제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으나,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참여 규범이라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EU 및 회원국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 의무화 법제화"가 추진되었고, 영국 현대판 노예방지법(Modern Slavery Act, 2015), 프랑스 인권실사법(2017), 노르웨이 투명성법(2021), 독일 공급망 실사법(2021) 등이 통과되어 이미 대부분 발효되었다. 독일 법은 2023년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국가별 접근방법에 더해서 EU 차원에서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제를 준비해 왔고, 그 결과 2021. 3. EU의회의 "인권실사 의무화 법안 제정 결의안" 채택을 거쳐, 2022. 2.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이 발표되었다.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은 EU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의 지침안으로, 적용 기업에 대하여 글로벌 공급망에 걸쳐 ESG 부정 요소에 대해 실사하고 이를 예방 · 완화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인권정책기본법안" 입법예고

이에 반해, 인권실사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과 인권 관련 규범"의 경우 아직 한국에는 국내 법령으로 도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법무부가 2021. 12. 입법예고한 "인권정책기본법안"은 기업의 인권존중책임과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천명하면서 (i)기업활동을 통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ii)제3자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기업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17조).

◇법무법인 율촌이 11월 11일 '글로벌 공급망 ESG 리스크 규제 강화 동향'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윤용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이 11월 11일 '글로벌 공급망 ESG 리스크 규제 강화 동향'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윤용희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만약 과거처럼 공적 규제 메커니즘만을 상정하고 기업이 관리 · 대응해야 할 리스크를 ESG 리스크 주택의 "1층 리스크", 즉 한국 국내 법령에 따른 리스크만을 생각한다면, 당해 한국 기업은 아직 한국에 관련 법령이 도입된 것이 아니므로 이에 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결정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EU 및, 또는 각 회원국의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서 또는 다양한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서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된 한국 기업에게 ESG 리스크 주택의 "2층 리스크"에 더해 "3층 리스크"까지 적정하게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그 성과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한국 기업이 식별하고 관리 · 대응해야 할 리스크의 질과 양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국제적인 ESG 공급망 규제 동향과 맞물려, (i)미국 정부는 2022. 6. 21.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시행하였고, (ii)일본 정부 또한 2022. 9. 13. "책임있는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였다.

1. 미국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2022. 6. 21. 미국의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동 법안은 2021. 12. 14. 미 하원에서 발의되어 같은 날 의결되었고, 2021. 12. 16. 상원에서 수정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2021. 12. 23.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서명함으로써 법률로 확정되고 그로부터 180일 후인 2022. 6. 21.에 시행된 것이다.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시행으로 인하여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면화 재고가 330만 톤 이상 쌓이는 등 큰 파장이 발생하였다. 이밖에 위 지역에서 다량 생산되는 폴리실리콘(태양광 발전 판넬 제작용), 리튬 등을 활용하는 의류 및 섬유류(Apparel/Textiles), 화학제품(Chemicals) 생산 기업과 토마토 등 신장 위구르 자치구 생산 농산물(Agricultural goods)을 취급하는 수출기업들은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도 제재 대상 가능성"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재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강제노동 및 소수민족의 모집 · 수송에 관련되거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또는 중국의 강제노동 관련 노동 프로그램에 연루된 특정 업체로부터 소재를 조달받는 기업의 생산품도 제재의 대상이므로 한국 기업도 강제노동 관련 통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지 진출 기업을 포함하여 대미 수출에 관련된 한국 기업은 공급망 실사 및 ESG 경영강화를 통해 강제노동이 야기할 수 있는 통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여야 한다. 특히 집행의 우선순위 품목으로 지목된 면화, 토마토, 폴리실리콘을 주요 소재로 조달하는 기업(섬유, 반도체 및 태양광 분야)의 경우 보다 철저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2022. 6. 9. 유럽의회는 강제노동 제품의 EU 수입금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캐나다 정부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과 그에 대한 대응 조치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과 관련하여 미국 외의 다른 국가들도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제적인 동향을 계속하여 모니터링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

2. 일본의 "책임있는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을 위한 가이드라인"

일본 정부는 '2020. 10.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가 행동 계획(2020~2025년)'에 착수하였고, 2021. 6.경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인권존중 규정을 담은 기업지배구조지침을 발표하였으며, 2021. 11. 발표된 일본 기업 공급망 인권 노력 실태조사에서 많은 일본 기업이 인권실사방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 정부는 2022. 3. 경제산업성 내의 인권존중 지침 연구회를 설립하여 연구를 진행한 후 2022. 9. 13. 책임있는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을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였다.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은 정부 주도하에 매우 단기간에 공표되었다는 점, 일본 기업에게 인권실사방향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권고안 형태의 연성규범

다만,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은 형식적으로는 권고안 형태의 연성규범이므로, 구제수단에서 강성규범과 차이가 있다. 즉, 동 가이드라인을 위반한다고 하여 별도의 벌금, 과징금 등의 제재조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이 강성규범이 아닌 연성규범 형태로 도입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일본 정부의 지침은 법률 형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미치는 구속력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더욱이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은 반성적인 고려하에 기업에게 인권존중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하에서 일본 기업이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점, 다수의 일본 기업은 자체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관련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하여 왔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금번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은 실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독일에서도 (비록 그 형태는 강성규범이지만), 2021년 제정된 공급망 실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다수의 기업들이 동 법률에 대비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선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예년에는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 사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IT, 게임, 문화컨텐츠 사업을 필두로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간에는 공고한 공급망이 형성되어 왔으며, 미국과 중국의 대립, 러시아 제재 등 복잡한 국제환경 속에서 그와 같은 공급망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어적 입장에서 접근 필요성"

이에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및, 또는 일본 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의 경우,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방어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이 인권존중 가이드라인을 공표한 이상 한국 정부도 인권존중 및 인권실사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제정하거나 국회 차원에서 입법추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미 글로벌 단위에서 인권존중 및 인권실사가 하나의 분명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한다면,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과도한 부담으로 힘들어지고, 특히 무역장벽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