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안진 · 어피니티 형사 항소심 결심…내년 2월 선고
'교보생명 풋옵션' 안진 · 어피니티 형사 항소심 결심…내년 2월 선고
  • 기사출고 2022.11.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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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조원 노린 대형 경제범죄'…1년 6월 구형
변호인, "객관적인 평가결과 도출하기 위해 최선"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이의 풋옵션 분쟁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와 함께 어피니티 컴소시엄 측에 풋옵션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를 제공한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와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에 대한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형사재판의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ICC 중재 기각 ·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는 '1승 1패'라고 할 수 있다.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9월 신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정해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주간계약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이 FI가 제시한 주당 40만 9,912원에 풋옵션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며 FI 측 청구를 기각하는 판정을 내렸다. 반면 교보생명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되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올 2월 10일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FI측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또한 회계사들이 FI들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도 올 2월 말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다시 ICC 중재(2차 중재)를 신청, ICC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풋옵션 분쟁이 2라운드를 맡고 있다.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 행사와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항소심 공판이 마무리되어 내년 2월 1일 판결 선고가 예고됐다. 사진은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교보빌딩 홈페이지).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 행사와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항소심 공판이 마무리되어 내년 2월 1일 판결 선고가 예고됐다. 사진은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교보빌딩 홈페이지).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주당 24만 5,000원(1조 2,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3년내 기업공개(IPO)를 하는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맺었으나, 교보생명의 IPO가 늦춰지자 풋옵션 행사를 통보하면서 안진을 통해 1주당 40만 9,912원을 책정한 금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안진 회계사들이 고의로 FMV(적정시장가치)를 어피니티에 유리하게 산정했다고 주장하면서 어피니티 측의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고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자 어피니티가 분쟁해결조항에 따라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 2조원대의 국제분쟁과 형사 기소로 비화된 것이다.

11월 23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에 대한 형사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1-1형사부가 결심 공판을 열어 심리를 마무리하고 내년 2월 1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함에 따라 안진 회계사 등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사실심의 최종 판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불법적인 공모 정황이 명백한 만큼 1심과 마찬가지로 최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피고인별로 구형을 나눠보면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명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2,670만원,  어피니티 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계산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구형됐다.  

4차 공판에 이어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검찰 구형,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순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가치평가를 통해 투자손실을 8,000억원대 투자이익으로 둔갑시켜려다 실패한 사안으로 보고, 특히 외형상으로는 공인회계사법이라는 행정법규 위반으로 기소되어 유무죄가 다퉈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총 1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노린 대형 경제범죄라고 짚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검찰은 이에 앞서 네 차례에 걸친 2심 공판에서 어피니티와 안진 회계사들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정황이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를 제시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어피니티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값을 높이자고 공모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교보생명은 특히 "어피니티는 안진 측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이들은 모든 단계 과정마다 필요한 자료 정보, 수시 산정한 결과값까지 완벽하게 공유했다"며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이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40만 9,000원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FI 측 변호인은 이날 구술변론을 통해, 교보생명이 가치평가 과정에서 FI 측에 교보의 1주당 주식 가치를 약 43만원으로 평가한 내재가치보고서와 중장기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공하지 않았고, FI 측이 소프트 카피 형태의 자료 제공을 거듭 요청했음에도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방법, 평가인자를 포함한 이 사건 가치평가의 모든 제반 요소는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강조했다.

안진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안진 회계사들이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하며 통상의 가치평가 업무에서 수행하던 방식대로 의뢰인과 소통했고 객관적인 평가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으며, 교보생명의 비협조로 자료 제공이 제한되는 이례적인 상황임에도 업무 초기부터 여러 평가방법과 평가인자를 고려하며 최대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였을 뿐인데, 이 사건 근저에 있는 신창재 회장과 FI의 민사분쟁 와중에 휘말려 영문도 모른 채 형사재판을 받으며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9월 검찰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드러난 회계사들의 일탈 행위를 징계해야 하는 공인회계사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도 주목했다.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 사이에 원하는 풋옵션 가치 결과값을 위해 주고받은 문서가 240건 이상 있음에도 회계사회가 이를 공모행위가 아닌 통상적 업무 협의로 판단하며 '조치없음'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9월 판정을 내리며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 절차의 기소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는 1심 선고가 있기 이전으로, FMV 산정에 관련된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는 ICC 중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보생명 지분 5.33%를 보유한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인 KLI Investors LLC와 신창재 회장과의 또 하나의 ICC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올 6월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FMV를 산출해야 하나, (두 달 앞선) 2018년 9월 기준으로 산정이 이뤄진 만큼 신 회장이 이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며 KLI가 낸 중재 청구를 기각했다. 중재판정부가 풋옵션 가격의 산정은 풋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로, FMV 평가가 이 분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삼덕회계법인이 평가한 KLI 풋옵션의 적정시장가치는 주당 39만 7,893원. KLI 측을 위해 FMV를 산정한 삼덕 소속 회계사는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 측을 위해 FMV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베끼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평가기관 미선임에 페널티 조항 미비

풋옵션 계약에 따르면, 신 회장도 FMV를 평가해 제출할 의무가 있으나, 당사자 일방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적정시장가치를 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정이나 페널티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이 FMV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주주간계약 위반이라고 하면서도 어피니티가 제출한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정한 것이다.

풋옵션 조항에 따르면,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투자자들과 최대주주는 각각 감정평가기관 1곳을 선임하여 30일 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만약 두 감정평가기관이 산정한 풋 가격의 차이가 10% 미만일 경우에는 그 평균이 풋 가격이 되고, 10% 이상일 경우에는 투자자 측에서 제공하는 세 곳의 감정평가기관 중 한 곳을 최대주주가 선택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여 그 가치평가보고서를 기준으로 풋 가격이 결정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