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6 · 여)씨는 2022년 2월 5일 오전 6시 55분쯤 아반떼 승용차를 운전하여 양산시에 있는 왕복 6차로 도로를 부산 방면에서 울산 방면으로 2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횡단보도를 무단황단하던 B(81 · 여)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로 기소됐다.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70km인데 사고 당시 A씨는 정상 속도로 주행 중이었고, B씨는 보행 신호등이 적색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횡단보도 바로 옆에는 육교도 있었다.
울산지법 한윤옥 판사는 10월 19일 '신뢰의 원칙'을 적용,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2고단2030).
한 판사는 대법원 판결(2010도4078 등)을 인용, "차량의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적색인 상태에서 정지하여 있는 차량 사이로 보행자가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사태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사고 현장이 제한속도 70km의 왕복 6차로 도로 상의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로 그 횡단보도 바로 옆에 따로 육교까지 설치되어 있었던 점, 사고 시점이 주말 새벽 06:55경으로 인적이 드문 시간이었던 점(CCTV 영상에서 사고 당시까지 해당 횡단보도를 건넌 사람은 피해자가 유일하다),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동안 차량 주행 신호는 계속해서 녹색등이었던 점, 피고인은 당시 정상신호에 따라 제한속도 70km의 범위 안에서 교통흐름에 맞추어 정상 속도로 주행을 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 차량에 앞서 1차로를 주행하던 별건 자동차로 인하여 피고인이 무단횡단하던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적색 보행 신호 동안에 건너편 3개 차선을 무단횡단해 와 갑자기 피고인 주행 차선에 나타나는 사람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라 신뢰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피고인 차량에 앞서 1차로를 주행하던 별건 차량이 갑자기 정차한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나, 당시 위 별건 차량 또한 사실상 피해자 바로 앞에서 급제동한 것인 점, 피고인 차량이 별건 차량 뒤에 인접해 시속 70km의 제한 속도 안에서 2차로로 따라오고 있었고 피해자를 바로 시야에 두었던 1차로상의 별건 차량과 달리 별건 차량에 가려 피해자를 볼 수도 없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당시 짧은 시간 안에 급제동하고 있는 별건 차량이 어떠한 상황에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측하여 최선의 대응을 취하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시간적으로나 반응능력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든 정황만을 들어 이러한 신뢰의 원칙을 배제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로앤케이가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