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개방된 상가 1층에서 여성 추행…성폭력처벌법상 건조물침입 강제추행 처벌 불가"
[형사] "개방된 상가 1층에서 여성 추행…성폭력처벌법상 건조물침입 강제추행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22.10.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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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건조물침입 아니야"

상가 1층에서 여성을 추행한 사람에게 '건조물침입'과 '강제추행' 혐의가 결합된 성폭력처벌법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등 영업장소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난 3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도18272)의 판단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성폭력처벌법 3조 1항은 "「형법」 제319조제1항(주거침입),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 제331조(특수절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0조 및 제331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및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가중처벌하고 있다.

A씨는 2021년 4월 5일 오후 10시 20분쯤 B(16)양을 뒤따라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상가 1층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양의 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B양의 다리 부위를 촬영하고, 갑자기 B양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B양의 음부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여성 2명(각 17세)을 뒤따라가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에서 추행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건조물침입 강제추행과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을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8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그러나 8월 25일 B양을 상대로 한 상가 1층 범행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건조물침입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2도3801).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형법 제319조 제1항의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이므로(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914 판결 등 참조) 위 죄가 성립하려면 형법 제319조가 정한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등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야간에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이 사건 상가 건물 1층의 열려져 있는 출입문을 통하여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에 비추어 상가 건물에 대한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상가 건물 1층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상가 건물의 용도와 성질 등에 비추어 상가 건물의 일반적인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보이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 ·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야간에 위 피해자를 뒤따라 들어가 상가 건물 1층에 출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건조물 침입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출입행위가 주거 등 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 등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하고,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는데(위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상가 건물의 용도와 성질, 출입문 상태 및 피해자와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그것이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으로서 침입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A씨가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에서 추행한 범행에 대해서는 그대로 '주거침입 강제추행' 유죄를 인정했다.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은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이 아니고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