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원격 방사선 판독소견서에 전자서명 안 한 의사…의료법 위반 유죄"
[의료] "원격 방사선 판독소견서에 전자서명 안 한 의사…의료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2.10.03 19: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아이디 사용 로그인은 공인전자서명으로 인정 불가"

의사가 집에서 원격으로 방사선 판단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영상의학과의원 원장 A씨는 자신의 병원에서 특수영상(방사선) 판독업무를 담당하던 B씨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되어 더 이상 병원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B씨에게 원격으로 판독소견서를 작성해주면 건당 일정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응한 B씨는 2015년 9월 10일경 포항시 남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A씨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특수영상을 확인하고 판독결과를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A씨의 아이디를 이용해 접속한 후 환자에 대한 판독소견서를 작성한 것을 비롯해 2014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062건의 판독소견서를 작성하고, 그 대가로 1,2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다. A, B씨는 공모하여 진료기록부인 판독소견서를 거짓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의료법 22조 1항은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진료기록부등)을 갖추어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3항에서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 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B가 A의 아이디를 사용하여 판독소견서를 작성한 것은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등의 거짓 작성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벌금 1,200만원,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판독소견서 거짓 작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내리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독소견서 미서명 혐의를 유죄로 보아 A, B씨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적법한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이나 같은 법 제22조 제1항의 진료기록부등이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모에 의한 판독소견서 미서명 혐의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 제23조 제1항에서 진료기록부등을 전자의무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전자서명법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문서의 형태를 종이에서 전자적 형태로 확장한 것에 불과하므로, 같은 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 의사는 여전히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기록하여야 하며,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등에 서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따라서 특수영상을 분석하여 해당 환자의 상태 및 병증에 관한 의학적 소견을 기재한 의사인 B는 판독소견서에 공인전자서명을 할 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이어 "B는 위 판독소견서에 공인전자서명을 하지 않았고, 다만, A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A가 원장으로 있는) 이 사건 병원의 영상의학자료 판독프로그램에 접속하여 특수영상에 관한 소견을 입력하였을 뿐인데,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로그인하는 행위는 서명의 통상적인 의미에서 벗어남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로그인은 전자의무기록의 내용을 작성하기 이전에 이미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문서를 작성한 이후에 그 내용을 작성자가 확인하는 취지로 행해지는 서명의 기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아이디를 사용한 로그인 방식은 공인전자서명으로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도 8월 19일 "피고인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의료법 제22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2022도4063).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