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성희롱 · 성추행 일삼은 직속 상사에 산재보험급여 구상금 청구 불가"
[노동] "성희롱 · 성추행 일삼은 직속 상사에 산재보험급여 구상금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2.09.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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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포함 안 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속 상사이자 선임연구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하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 여성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보험급여를 지급했더라도 가해자인 상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산재보험법이 정한 구상의 상대방인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8월 19일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금을 지급하라"며 가해자인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63748)에서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23 · 여)씨는 2013년 1월 입사하여 연구원으로 근무해 왔으나, 입사 후 5개월쯤 지난 2013년 6월경부터 2015년 9월경까지 약 2년 3개월간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속 상사이자 선임연구원인 A씨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끝에 이후 약 2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17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업무 공간 또는 회식자리 등 공개적인 장소 또는 차 안 등 폐쇄적 장소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B씨에게 혼전임신 여부와 성생활에 대하여 언급하거나 성적 요소가 포함된 말을 하고, 성적인 접근과 구애를 하며 성차별적 발언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B씨를 상대로 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보험급여 1억 5,8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산재보험법 조항에 따라 A씨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87조 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산재보험법이 정한 구상의 상대방인 '제3자'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제3자'에 포함된다며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이 사건처럼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는 '제3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근로복지공단이 A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85다카2429 등)을 인용,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란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 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피고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 · 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인 B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되므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