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합의서에 통역인이 보증인 대신 보증인 이름 썼으면 보증 무효"
[민사] "합의서에 통역인이 보증인 대신 보증인 이름 썼으면 보증 무효"
  • 기사출고 2022.09.0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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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보증인이 동의했어도 마찬가지"

B씨는 2011년 4월 연인관계에 있던 A씨에게 합의금과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고 속여 420만엔, 2011년 8월 같은 명목으로 120만엔을 받는 등 모두 540만엔(한화 약 7,000만원)을 받았다. B가 2018년 12월 위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5월을 선고받아 구속되자, B의 부모인 C, D씨는 통역인을 대동해 A를 만나 위 형사사건에 관해 합의하면서 A로부터 고소취소장과 합의서를 작성받았는데, 위 합의서 작성 당시 통역인은 A의 요청에 따라 위 합의서에 '오늘 오후 A는 2,000만원을 돌려받고, 남은 금액은 B가 출소하여 빠른 시간 안에 갚도록 노력한다. B와 이야기해서 남은 금액에 대해 기간을 정하고 결정한다. 보증인은 C, D가 보증인이 된다'는 내용의 문구를 부기했다. 통역인이 보증인 대신 보증인의 이름을 쓴 것인데, 보증이 유효할까. 

A는 C, D로부터 합의서를 작성한 당일 합의금 2,000만원을 받은 후 합의서를 B 형사사건의 항소심 법원에 제출했고, B는 항소심에서 '2,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총 합계 5,000만원 상당이 변제되었고 A와 합의하여 A가 B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참작되어 징역 5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B는 이에 앞서 A에게 3,000만원을 지급했다. A는 이후 B, C, D를 상대로 미변제금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 보증의 유효 여부가 문제가 됐다. A는 "C, D가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B의 손해배상채무를 연대보증했으므로 B와 연대하여 손해배상금 중 미변제금인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1나7859)을 맡은 전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진선 부장판사)는 그러나 7월 14일 "보증은 무효"라며 A의 C, D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전문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에서 정한 유효한 방식에 따르지 않는 한 보증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전제하고, "위 규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며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2018다282473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합의서에 기재된 문구는 C와 D가 직접 기재한 것이 아니라, 위 합의서 작성 현장에 동행하였던 통역인이 기재한 것인데, 위 법리와 같이 제3자가 보증인을 대신하여 이름을 쓰는 것은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서명'에 해당하지 않고, 민법에서 정한 보증의 유효한 방식에 따르지 않는 한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는바, 원고 주장과 같이 C와 D가 합의서에 문구를 기재하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보증의 의사를 원고에게 표시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보증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합의서 제2항 중 '일부 변제받지 못한 피해금액은 피고가 석방되면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변제받지 못한 잔액 피해금액을 분할하여 변제해 주기로 약속받고, 상호 민 · 형사상 원만히 합의하였습니다'라는 문구에 삭선을 그은 후, 그 위에 원고, C와 D 등 3명의 것으로 보이는 지장이 찍혀 있기는 하나, 이는 해당 문구를 삭제하였음을 상호간에 확인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보증의 의사와 관련된 표시인 문구 중 C와 D 이름 부분에는 이들의 지장이 날인되어 있지 않은바, 합의서 제2항 중 삭선을 그은 부분에 C와 D가 자신들의 지장을 날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보증의 효력발생 요건으로서의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증은 무효이므로 A가 C와 D에게 보증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원고로부터 약 7,000만원을 편취한 범행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으므로, 피고는 위 편취범행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B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여, "B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미변제금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