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배달대행업체 가맹점 정보 경쟁업체로 빼돌린 지점장 무죄
[형사] 배달대행업체 가맹점 정보 경쟁업체로 빼돌린 지점장 무죄
  • 기사출고 2022.09.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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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영업비밀 인정 어려워"

배달대행업체인 B사와 지점운영계약을 맺고 배달대행업무를 해온 A씨는 2019년 3월 4일경부터 6일경까지 서울 노원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B사의 프로그램인 '가맹점 주문현황'에 접속해 B사 서버에 저장되어 있던 가맹점의 상호, 사업자주소, 사업자번호, 연락처, 통장계좌번호 등을 다운로드받아 B사의 경쟁업체인 C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입력했다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외에도 주문번호, 주문횟수, 배달기사의 성명 · 연락처 등 가맹점 주문현황 파일과 VAN사, VAN ID, 최초 · 최근 이용일, 가맹비 미납액 등 가맹점 정보파일을 B사 서버에서 다운로드받기도 했다. A씨는 B사와의 지점계약을 해지하고 B사의 경쟁업체인 C사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B사의 가맹점 정보를 C사로 옮긴 뒤에도 사용하려고 이같은 일을 벌였다.

A와 B사가 2019년 1월 체결한 지점운영계약은 B가 지점의 성공적인 사업 활동을 위해 B의 브랜드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해당 지점은 B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A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가맹점 정보는 피고인 스스로 지점을 운영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모집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B의 고소대리인인 증인도 'B가 각 가맹점과 직접 접촉하여 가맹점 정보를 취득하고 있지는 않고 피고인 업체와 같은 배달업체로부터 가맹점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고 진술했다.

서울북부지법 이진영 판사는 7월 14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가맹점 정보, 가맹점 주문현황 파일, 가맹점 정보파일 등이 전부 피해자 회사의 소유라거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단4449). 법무법인 동인이 A씨를 변호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가맹점 정보, 즉 상호, 사업자주소, 사업자번호, 연락처 등은 인터넷이나 해당 사업장에서 게시된 사업자등록증 등을 통하여 일반인들도 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라 보기 어렵고, 계좌번호, VAN 사, VAN ID, 주문번호, 주문횟수, 배달기사 관련 정보 등의 정보는 일반인이 쉽게 취득할 수 없는 정보라고도 할 수 있지만 B사가 이러한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위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자체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일부 음식점의 경우에는 B를 통하여 가맹점이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가맹점의 정보도 결국은 피고인이 직접 음식점과 배달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프로그램에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피고인이 가맹점 주문현황 파일이나 가맹점 정보파일을 다운로드받은 것은 배달업체에 속해 있는 가맹기사 및 가맹점을 관리하여 배달대행 서비스업의 품질관리를 하기 위한 목적에서 다운로드받은 것으로 보이고, B사와 정상적인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피고인은 이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이를 두고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피고인이 위 정보에 관하여는 C사의 프로그램에 입력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6도14642 판결 등 참조),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2828 판결 등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