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광양항 크레인 추락사고' 中제작사 책임 100% · CJ대한통운 책임 70%
[손배] '광양항 크레인 추락사고' 中제작사 책임 100% · CJ대한통운 책임 70%
  • 기사출고 2022.09.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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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동불법행위 아닌 부진정연대채무…책임비율 달리 인정 맞아"

2007년 전남 광양항에서 발생한 크레인 붕괴사고와 관련, 크레인을 제작한 중국 회사와 이를 운용한 CJ대한통운의 책임비율을 다르게 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를 이유로 하지 않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 채무자별로 책임비율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7월 28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크레인 붕괴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크레인을 제작한 중국 업체인 A사와 크레인을 운용한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2017다16747)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A사의 책임을 100%, CJ대한통운의 책임을 70%로 다르게 인정해 "A사는 원고에게 49억여원을, CJ대한통운은 A사와 연대하여 이중 3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해원이 여수광양항만공사를, CJ대한통운은 법무법인 율촌이, A사는 법무법인 로고스가 각각 대리했다. 

2007년 10월 광양항에서 크레인이 작동하다가 와이어로프 절단으로 붐(boom)대가 추락, 광양항 부두에 정박 중이던 덴마크 해운회사 머스크의 선박과 화물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광양항 3단계 1차 컨테이너 터미널을 빌려 이 크레인을 운용했는데, 크레인 제작 · 설치사는 중국 업체인 A사였다. 피해를 입은 머스크는 크레인을 운용한 CJ대한통운과 항만 관리 책임을 맡은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승소가 확정되었다.

이와 별도로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크레인을 만든 A사의 제작상 과실과 CJ대한통운의 크레인 관리운용상 과실이 함께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며 CJ대한통운과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소송이 이 소송으로, 대법원은 "A사는 제작물공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민법 제580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으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채무가 있고, CJ대한통운은 불법행위책임 또는 임대차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채무가 있으며, 두 채무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양사의 책임비율. 1심은 양사에 똑같은 80%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의 책임을 70%, A사의 책임을 100%로 달리 인정했다. 여수항만공사가 크레인의 하자를 알지 못한 채 CJ대한통운에 빌려준 과실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 법원이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비율이 서로 다르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다3118 판결 및 대법원 2000. 9. 8. 선고 99다48245 판결 등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그런데 공동불법행위자의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한 쪽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다른 쪽의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부진정연대채무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고(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참조), 이러한 경우까지 과실상계를 할 때 반드시 채권자의 과실을 채무자 전원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단을 인용, "크레인 제조사 겸 매도인인 A사는 CJ대한통운에 대하여 원고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거나 원고와 신분상 내지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크레인 임차인인 CJ대한통운은 A사에 대하여 원고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거나 원고와 신분상 내지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크레인의 운용 · 관리에 관여하지도 않았다"며 "따라서 어느 피고의 과실을 다른 피고에 대한 원고의 과실로 참작하여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구하는 것이 아닌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과실을 피고들 전원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하게 되면 개별적으로는 과실상계나 책임제한 사유가 없는 피고의 책임까지 제한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공동불법행위를 이유로 부진정연대채무가 성립하는 경우처럼 원고의 과실을 피고들 전원에 대하여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과실상계를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