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청소경비직이 관리부장과 단둘이 회식 후 자택 현관문에서 넘어져 숨졌어도 산재"
[노동] "청소경비직이 관리부장과 단둘이 회식 후 자택 현관문에서 넘어져 숨졌어도 산재"
  • 기사출고 2022.08.10 13: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애로사항 청취 등 필요…사업주 지배 · 관리 인정돼"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6월 28일 직장 상사와 단둘이서 회식을 한 후 귀가하던 중에 자택 현관문 앞에서 뒤로 넘어져 뇌출혈로 숨진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73607)에서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회사 시설관리부에서 청소경비직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10월 22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상사인 관리부장과 회식을 한 후, 귀가 중 자택인 빌라 1층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뒤로 넘어져 뇌출혈 등을 진단받았다. 이후 치료를 받아왔으나 2021년 3월 15일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이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회식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를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관리부장은 기술 3급 직원으로 시설관리부 총 책임자이고(2020년 기준 총 56명이 시설관리부 직원이고, 관리부장은 그중에서 가장 급수가 높은 책임자이다), A는 급수가 정해지지 않은 업무직(청소경비) 직원이었다. 

재판부는 "관리부장은 시설관리부의 장으로서 청소와 경비업무와 같이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일 업무상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이를 위해 평소에 현장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자주 가져왔었다. 회식 당시에도 A와 나누었던 대화에는 청소 장비 구매 건이나 청소구역별 업무수행 건 등의 동료직원들의 업무적인 불편사항에 관한 얘기가 포함되어 있었다"며 "A가 참석한 회식은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 관리하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A는 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부장과 A만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지만, 해당 회식은 그 이전에 2~3차례 일정이 미루어졌고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직원 3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어 A가 직원들을 대표하여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회식 장소가 A의 주거지 근처라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지배 · 관리가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관리부장이 개인 명의 카드로 회식비용을 결제하였다거나 A가 일부 금액을 결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회식 모임이 사적인 모임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참석자, 비용 부담자 등 회식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전에 보고되거나 승인을 받은 자료는 없으나, 관리부장은 회식이 대규모 회식이 아닌 총 5명의 소규모 회식으로 예정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5명 중 2명만이 참석하게 되었으며, 회식비용도 적게 발생하고 법인카드로 결제를 하지 않아서 별도의 승인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더하여 앞서 인정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회사 승인 여부가 사업주의 지배 · 관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회식 비용은 총 53,000원이었는데, 그중 41,000원은 관리부장이 개인카드로 결제하였고, 나머지 12,000원은 A가 결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