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과 관련된 저작권 문제, 한국 유명 아티스트의 초상권 문제 등을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LA에 위치한 미국의 소송 전문 로펌인 Bird Marella에서 특히 한국기업이 관련된 특허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IP) 분쟁을 많이 다루는 티모시 유(Timothy B. Yoo) 캘리포니아주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는 한국기업 관련 분쟁의 동향을 이렇게 전했다. 반도체, LED, Wireless 기술 등에 대한 특허소송도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K-Pop, K-Culture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저작권 소송이 증가하고 있고, BTS 등 한국 아티스트의 초상권을 침범한 MD 사업에 따른 분쟁, K-콘텐츠의 배급 · 유통에 관련된 분쟁 역시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변호사는 Bird Marella에서 BTS 출연 프로그램의 저작권 분쟁, CJ, MBC, 카카오 등을 상대로 한 음악저작권 소송 등을 담당했다.
재미교포인 유 변호사는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UC 버클리 로스쿨(JD)을 나온 캘리포니아 변호사로 2007년부터 IP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 후 LA 기반의 유명 로펌인 깁슨 던(Gibson Dunn)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 4년간 근무한 후 2011년 소송 전문 로펌인 WilmerHale로 옮겨 2013년까지 활동했으며, WilmerHale에 있을 때인 2012년 애플 대리인단의 일원으로서 삼성전자와의 역사적인 특허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또 WilmerHale 근무 후 2015년 3월 Bird Marella에 합류할 때까지 2년간 서울에서 CJ E&M의 해외법무 총괄 변호사로 근무하는 등 한국기업의 사내변호사, 로펌의 한국기업 분쟁 담당을 넘나들며 보폭을 넓혀왔다.
개인정보 관련 소송도 급증
7월 하순 클라이언트 회사 방문, 여름 휴가를 겸해 한국을 찾은 유 변호사는 리걸타임즈와 만나 "미국에서는 최근 개인정보에 대한 관련 규정과 법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미국내 소송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IP 소송에 이어 한국기업을 상대로 한 개인정보 관련 소송이 또 하나의 소송 트렌드로 빈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틱톡의 경우, 회원 가입시 얼굴, 지문 등 개인 바이오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를 회원들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정보를 팔아 문제가 되었으며, 이에 회원들이 집단소송을 진행하여 대규모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유 변호사가 소개했다. 유 변호사는 또 사이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발생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이 이와 같은 미국내 소송,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안은 무엇일까?
유 변호사는 먼저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한국기업은 같은 규모의 미국기업에 비해 사내 법무팀의 규모가 작은데, 사내 법무팀을 강화하여 현업 부서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슈를 사전에 발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회사 기밀사항 메일, 사내변호사 참조 유리"
이어 미국 소송절차 중 가장 길고 복잡한 절차 중 하나인 디스커버리 절차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절차에선 사건 관련 모든 이메일, 문서 등을 수집하게 되는데, 이때 이메일에서 변호사가 참조로 발송된 '기밀' 사항들은 제출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현업에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 민감하거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내변호사를 참조로 넣어 향후 발생될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절차에서 해당 내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관할법원'에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16년째 소송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조언.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안에 따라 '미국 법원'과 '한국 법원' 중 어느 곳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계약서 작성 단계부터 이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유 변호사 등이 포함된 Bird Marella 한국팀에선 지난 3월, BTS가 출연하고 HYBE와 CJ E&M이 공동제작한 리얼리티 쇼 'I-Land'가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였다며 제기된 미국 소송에서 사전판결(motion to dismiss)을 받아 원고의 청구를 막아내며 승소했다. 또 6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MBC, TV조선 등 국내 7개 미디어업체를 대리하여 미국에서 제기된 저작권 소송을 성공적으로 방어했으며, 디즈니, 훌루(Hulu)가 사용하는 스트리밍 관련 특허 기술에 대한 미국 소송도 담당했다.
Bird Marella는 2021년 12월 캘리포니아 연방지법에서 미 Netlist사가 DRAM, NAND의 공급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가액 5,000만 달러(한화 약 550억원)에 달하는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대리해 손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Netlist의 청구를 기각하는 피고 전액 승소판결을 받았다. Netlist사는 삼성과 DRAM, NAND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공급상의 문제가 생겨 타사의 제품을 고가로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초 삼성과의 계약가액과 실제 타사 제품 매입가액의 차액을 변상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배심원들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중재 사건으론 2021년 애플 관련된 제품을 독점 생산하는 대만의 FOXCONN을 대리하여 LA 업체가 제기한 2,000억원 규모의 기술 관련 JAMS 중재에서 승소한 것이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