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타다 기사, 근로자 아니다"
[노동] "타다 기사, 근로자 아니다"
  • 기사출고 2022.07.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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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쏘카나 인력공급업체 지휘 · 감독 인정 안 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7월 8일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였던 쏘카가 "타다 운전기사 A씨에 대한 배차 제외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0229)에서 이같이 판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20년 7월 13일 소잡이 접수된 지 약 2년 만에 1심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플랫폼 기반의 노동 종사자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으며, 김앤장이 쏘카를 대리했다.

쏘카, 김앤장 대리

A씨는 2019년 5월 인력공급업체 B사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계약을 맺고 타다 기사로 근무해오다가, 같은해 7월 타다의 감차 조치에 따라 배차 제외 통보를 받자 부당해고라며 쏘카와 VCNC,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B사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A씨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이에 불복한 A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쏘카가 소송을 냈다. 중노위는 "A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VCNC와 B사는 A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으나 원고는 A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하며, 이 사건 인원 감축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고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타다 홈페이지의 '타다 플러스' 안내 화면. 베테랑 드라이버와 준고급 세단으로 안락한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타다 홈페이지의 '타다 플러스' 안내 화면. 베테랑 드라이버와 준고급 세단으로 안락한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2018년 10월 8일 개시된 타다 서비스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인 쏘카가 플랫폼 제공자인 VCNC가 개발하여 운영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타다 앱)을 기반으로 하여 타다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 즉, 타다 이용자(고객)에게 쏘카가 소유하는 11인승 승합차(타다 차량)를 대여하고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할 운전기사를 알선해 주는 '기사 알선 포함 차량 대여서비스'를 말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2020. 3. 기준 타다 서비스 전체 타다 차량은 1,786대이고, 전체 타다 드라이버는 11,444명이었다. 또 타다 서비스 운영을 위해 쏘카와 계약을 체결한 파견 및 프리랜서 드라이버 공급 업체는 총 29개이며, 이중 5개 업체는 파견 드라이버와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함께 공급하고, 24개 업체는 프리랜서 드라이버만 공급했다. 전체 타다 드라이버 11,444명 중 파견 드라이버는 1,368명, 프리랜서 드라이버는 10,076명이었다.

원고(쏘카)는 재판에서 "A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거나 A를 지휘 · 감독한 사실이 없고, A는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하였으며, 원고에게 전속되어 있지 않았으며, A 스스로도 자신을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인식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A의 사용자는 원고가 아니라 A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채용, 근태관리 등 근로관계 전반에 걸쳐 사용자로서의 실질적 권한을 보유하고 행사한 B사"라는 등의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원고가 참가인(A)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참가인이 원고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참가인은 인력공급업체와 사이에 타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였을 뿐이고, 원고와 사이에는 아무런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고 지적하고, "B는 타다 드라이버에게 원고 또는 VCNC를 '타다 본사' 또는 '본사'라고 칭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타다'라는 브랜드로 '기사 알선 포함 차량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B가 타다 서비스 사업에 협력하는 업체였기 때문에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B가 인사 · 회계 등에서 원고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채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즉, B 등 협력업체는 독자적 조직과 실체를 가지고 있었고, 원고에게 운전기사에 대한 지시 · 감독 의무 등을 부담하였을 뿐이며, 참가인 등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원고나 B의 지휘 · 감독에 복종할 계약상의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다만, "VCNC가 타다 앱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드라이버의 출근, 퇴근, 콜 미수락 등 근태 정보를 관리하였으나, 이는 플랫폼에 기반한 타다 서비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VCNC는 플랫폼을 통한 드라이버의 근태 정보를 관리하면서 용역대금 정산에 활용하거나 B를 비롯한 협력업체에게 알려줄 뿐이고 직접 근태 정보를 이용하여 근태가 불량한 드라이버에 대한 경고, 교육 등을 수행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타다 드라이버가 임의의 장소에서 대기하지 못하고 타다 앱이 안내하는 대기장소에서 대기하도록 요구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①타다 드라이버는 운행 건수나 운행 거리와 상관없이 운행 시간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이용자 호출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이나 GPS 음영 지역으로 이동하여 호출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면서 운전용역대금은 수령하는 어뷰징 행위를 할 유인이 존재하였던 점, ②대기장소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남용할 우려가 존재하는 점, ③타다 드라이버가 이용자 호출을 대기하지 않고 배회영업을 하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에 위반되는 점, ④대기장소는 신속한 운전용역 제공 기회를 마련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고 타다 앱 로직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결정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타다 드라이버가 타다 앱에 따른 대기장소에서 대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나 VCNC가 타다 드라이버의 구체적 업무 내용을 지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타다 차량과 차량 내부의 비품을 원고가 소유하고, 주유비, 세차비 등 차량과 관련된 부대비용 일체를 원고가 부담한 것은 원고가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이용자에게 타다 차량을 임대하는 타다 서비스의 기본 구조상 당연한 결과"라며 "따라서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타다 차량과 비품을 소유하지 않고 주유비, 세차비 등 차량 관련 비용도 부담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프리랜서 드라이버에게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가인은 운전용역의 수행 횟수 등이 아닌 운전용역을 제공한 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았으므로, 그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처럼 원고가 타다 드라이버에게 운행 시간에 비례하여 기본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운행 건수에 비례하여 수수료를 지급할 경우 과속운전, 난폭운전 등으로 타다 서비스가 목표로 하는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을 실현할 수 없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라며 "참가인의 보수는 타다 서비스 이용자의 이용요금으로 구성되는데, 그 이용요금은 운전요금과 자동차 대여비용으로 구분되었으며 그중 운전요금은 운전용역의 수행이라는 일의 완성에 따른 대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는 참가인에게 운전용역대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참가인을 비롯한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은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에 있어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었다.

재판부는 특히 판결문 말미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보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 보호, 별도 입법 또는 근기법 개정 타당"

재판부는 먼저 "디지털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 등을 기본 속성으로 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자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하여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서의 보호가 상실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포섭하여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종속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기존 법인격 법리 등에 따른 한계가 존재한다"며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고, 따라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하여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을 통하여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쏘카는 2021년 VCNC 보유 지분 100%에서 60%를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매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