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추가공사비 달라는 소송에 조합 돈 34억 인출했어도 강제집행면탈죄 무죄"
[형사] "추가공사비 달라는 소송에 조합 돈 34억 인출했어도 강제집행면탈죄 무죄"
  • 기사출고 2022.07.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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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추가공사비 채권 존재 증명돼야"

조합이 시행하는 아파트의 시공사로부터 추가공사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당한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이 은행에 있던 조합 자금 34억여원 전액을 인출했다.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할까.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월 16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동래구에 있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0761)에서 "추가공사비 채권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2005년 3월부터 이 조합의 조합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조합이 시행하는 1,470세대 아파트 재개발공사의 시공회사인 B사가 2014년 6월 23일경 조합을 상대로 추가공사비 61억여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내고 조합의 예금채권에 가압류 신청을 하자 2014년 6월 30일경 한 은행의 조합 명의 계좌에 있던 조합자금 1억 3,000여만원을 모두 수표로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7월 3일경까지 9차례에 걸쳐 이 은행과 우체국에 있던 조합자금 34억 7,700여만원을 전액 현금 등으로 인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강제집행면탈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1도2252 등)을 인용,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의 권리보호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강제집행의 기본이 되는 채권자의 권리, 즉 채권의 존재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요건"이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채권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을 때에는 강제집행면탈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강제집행면탈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이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심리 ·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피해자 회사(B사)는 2014. 6. 23. 부산지법에 이 사건 조합 등을 상대로 '피해자 회사가 기존의 도급계약 등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공사를 시공하였고, 조합은 추가공사에 따른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추가공사비 61억여원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위 소송의 1심에서는 피해자 회사의 청구금액 대부분이 인정되어 일부 승소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11일 '①피해자 회사와 조합 사이에 추가공사의 실시 및 그 공사대금 지급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②설령 그러한 약정이 있더라도 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 위반하여 무효이며, ③피해자 회사가 지출한 공사비 증가액이 곧바로 조합의 부당이득액이 된다고 볼 수 없고, 위 조합이 얻은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 · 입증이 없어 추가공사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해자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피해자 회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22년 5월 6일 소취하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조합에 대한 추가공사비 채권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피해자 회사의 조합에 대한 채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강제집행면탈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국선변호를 맡은 심재국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인이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