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손님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고 아파트 위층에 인터폰 욕설…모욕죄 유죄
[형사] 손님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고 아파트 위층에 인터폰 욕설…모욕죄 유죄
  • 기사출고 2022.07.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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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파가능성 있어"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월 16일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아파트 윗집에 인터폰으로 연락해 손님이 듣는 가운데 욕설을 했다가 모욕 혐의로 기소된 남양주시에 있는 아파트 주민 2명에 대한 상고심(2021도15122)에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전파가능성이 있어 모욕죄의 요건인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다.

피고인들은 2019년 7월 13일 오후 3시쯤 자신들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A(35 · 여)씨가 손님들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인터폰으로 A씨에게 전화하여 A씨의 자녀 교육과 인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XXX을, 도끼로 찍어버려", "부모가 그 따위니까 애XX한테 그 따위로 가르치지, 니가 그 따위면 애미 애비한테 뭘 배워", "단독주택으로 꺼져"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당시 집에 있던 손님 B씨와 B씨의 두 딸(각 4세, 3세), A씨의 아들(7)이 인터폰에서 나오는 욕설을 고스란히 들었다. 이 아파트의 인터폰은 송수화기 없이 일방이 인터폰을 작동시켜 그곳에 대고 말을 하면 그 음향이 상대방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하여 울려 퍼져 나오는 구조이다. A와 B씨는 약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직장동료이자 같은 교회의 교인이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먼저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종전 대법원의 일관된 판시를 재확인하였고, 이러한 법리는 모욕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지적하고,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발언의 경위와 상황, 발언 내용, 상대방에게 발언을 전달한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제반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발언을 들은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앞서 본 대법원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어 그러한 관계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된다(99도4579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B는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 '2013년경 근무하는 직장 부서의 거래업체 대표의 아내로 피해자를 처음 알게 되었으나 별다른 친분이 없던 중 2018. 1.경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직장 동료로 근무하면서 친분이 생기게 되었고,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 둔 2019. 6.경 이후에는 피해자와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한 달에 1~2회 정도 교회에서 만나는 사이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며 "그렇다면 B가 피해자와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고, 원심과 같이 'B가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클 것이어서 이 사건 발언의 전파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면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이야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가능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원심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막연한 추측에 기초하여 전파가능성을 부정하기보다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위 법리를 적용하여 전파가능성이 인정되는지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고의와 관련해서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발언에 사용된 인터폰은 별도의 송수화기 없이 일방이 인터폰을 작동시켜 말을 하면 그 음향이 상대방 인터폰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져 나오는 구조이고, 발언 당시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나눈 대화 내용 중에는 피해자가 이전부터 자주 손님을 데려오는 것에 관한 다툼과 사건 당시에도 손님이 방문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있고,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집에 손님이 방문한 것을 알면서도 그로 인해 층간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 거실에 음향이 울려 퍼지는 인터폰을 사용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손님의 구체적인 관계를 알았는지는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