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한정위헌 불구 재심 기각한 법원 재판 취소하라
[헌법] 한정위헌 불구 재심 기각한 법원 재판 취소하라
  • 기사출고 2022.07.0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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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결정 기속력 부인하는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

헌법재판소가 형벌 조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이 형벌 조항을 적용해 선고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헌재가 직접 법원의 재판을 직접 취소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두 번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월 30일 남 모, 이 모씨가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2014헌마760 · 763)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남씨, 이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씨는 '제주특별자치도 통합(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면서 공무원인 위 심의위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그에 대한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남씨는 항소심 계속 중 뇌물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129조 1항 등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2년 12월 27일 "형법 129조 1항의 '공무원'에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했다. 남씨는 한정위헌결정 이후 위 상고기각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고, 그에 대한 재항고도 기각되었다. 이에 남씨가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부분에 대한 위헌청구와 함께 위 상고기각 판결, 재심기각결정 및 그에 대한 재항고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번 헌법소원을 냈다. 

이씨도 남씨와 같은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4억 3,300만원을 선고받고, 그에 대한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후, 남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자,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재항고도 기각되었다. 이에 이씨는 위 항소심 판결과 재항고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한정위헌결정도 일부위헌결정으로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의 범위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위헌결정을 하고, 위와 같은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재판소원금지조항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남씨와 이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재판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는 2012. 12. 27. 2011헌바117 결정에서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구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99조 제2항의 제주특별자치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하였고, 이는 형벌 조항의 일부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내용의 일부위헌결정으로, 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1항에 따라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는데, 이 사건 재심기각결정들은 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여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청구인들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며 "따라서 위 재심기각결정들은 모두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고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남씨와 이씨가 이미 확정받은 유죄판결에 대해선 헌법소원이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했다. 

재판부는 "형벌 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지만, 위헌결정이 있기 이전의 단계에서 그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다"며 "따라서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을 그 뒤에 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한정위헌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확정된 재판으로 그에 대한 구제는 재심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한정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청구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2016. 4. 28. 2016헌마33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 중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 있으나, 위 결정의 효력은 위 주문에 표시된 부분에 국한되므로, 재판소원금지조항의 적용 영역에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을 모두 제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 가운데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