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타인 수사기록도 법원이 허용하면 열람 · 등사 허용해야"
[헌법] "타인 수사기록도 법원이 허용하면 열람 · 등사 허용해야"
  • 기사출고 2022.07.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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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열람 · 등사 거부는 신속 · 공정 재판받을 권리 침해 위헌"

피고인 자신의 형사사건 수사기록 아닌 타인 사건의 수사기록이라도 피고인 사건과 관련이 있고, 법원이 허용했다면 피고인에게 열람 · 등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의왕시에서 백운호수 생태조성 공사의 주무부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다른 공무원과 공모해 위 공사의 데크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관급자재 납품알선 브로커 한 모씨가 추천하는 업체가 선정되도록 하고 한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뇌물)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되어 같은 해 8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항소했다. 한편 A는 위 공사의 데크 납품과 관련하여 위 한씨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씨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의왕시 공무원들을 통해 위 사업 관련 자재 납품을 도와주겠다고 승낙한 후, "데크 말고 난간에 대하여 영업해봐라.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일이 잘 되면 영업비 중 일부를 달라"라고 한 다음, 한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씨가 기소된 후인 2018년 7월 기소되어, 그해 12월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그해 12월 28일 확정되었다.

2019년 1월 10일 열린 이씨의 항소심 2회 기일. 이씨의 변호인이 증인으로 출석한 A에게 "증인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에서 조사받은 적이 있나요"라고 질문하자 A는 "예. 한씨한테 내가 받은 건으로 해서 조사받은 적이 있지요"라고 답변하고, 이어 "진술서나 조서를 작성한 적이 있나"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했다.

A가 검찰에서 진술서나 조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씨의 변호인은 'A에 대한 진술조서'를 열람 · 등사하려고 했으나, 열람 · 등사를 할 수 없게 되자, 항소심 법원에 'A에 대한 진술조서'를 포함한 서류의 열람 · 등사 허용을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장이 검사에게 열람 ·  등사에 관한 의견을 요청하자, 검사는 'A의 진술 관련 조서의 경우 A는 피고인(이씨)을 기소한 이후 조사 진행된 사람으로 피고인에 대한 수사 당시 조사가 이루어진 사실이 없고, 피고인 기소 이후 본건이 아닌 별건으로 조사된 사람에 해당하므로 별건 사건관계인의 조서에 대하여 열람 · 등사를 허용할 경우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 · 신체의 안전,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허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검사에게 'A에 대한 진술조서'를 포함한 서류에 대한 열람 · 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했다. 

이씨 변호인이 2019년 1월 31일 위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검사에게 'A에 대한 진술조서'를 포함한 각 서류의 열람 · 등사를 요청했으나, 검사가 'A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의 열람 · 등사만을 허용하고 'A에 대한 진술조서'의 열람 · 등사를 허용하지 않자, 이씨가 열람 · 등사 거부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4월 헌법소원심판(2019헌마356)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월 30일 "A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한 열람 · 등사 신청을 검사가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법무법인 평안이 청구인을 대리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이 공소가 제기된 후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수사서류 열람 · 등사권에 대하여 규정하면서 검사의 열람 · 등사 거부처분에 대하여 별도의 불복절차를 마련한 것은 피고인 측의 수사서류 열람 · 등사권이 헌법상의 신속 ·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한 내용인 점을 감안하여 종전 헌법소원심판이나 정보공개법상의 행정쟁송 절차 등과 같은 우회적인 권리구제수단 대신에 보다 신속하고 실효적인 권리구제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하고, "법원이 검사의 열람 · 등사 거부처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러한 거부처분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에서 수사서류의 열람 · 등사를 허용하도록 명한 이상, 법치국가와 권력분립의 원칙상 검사로서는 당연히 법원의 그러한 결정에 지체 없이 따라야 하며, 이는 별건으로 공소제기되어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 기록에 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법원이 열람 · 등사 허용 결정을 하였음에도 검사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을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검사의 거부행위는 피고인의 열람 · 등사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신속 ·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거부행위는 청구인의 신속 ·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른 증거개시절차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당해 형사사건과 관련된 별건의 서류에 대해서도 열람 · 등사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그 서류에 대한 열람 · 등사를 허용할 경우 검사는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사건과 헌재 2017. 12. 28. 2015헌마632 사건에서 형사소송법 266조의4에 기한 변호인의 당해 형사사건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 등사신청을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변호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 266조의4 1항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검사가 서류등의 열람 ·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한 때에는 법원에 그 서류등의 열람 ·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하도록 할 것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2019년 2월 항소심에서 특가법 위반(뇌물) 방조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형 선고유예를 선고받아 상고했으나,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