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첨단기술 아니어도 '영업비밀' 유출 유죄"
[지재] "첨단기술 아니어도 '영업비밀' 유출 유죄"
  • 기사출고 2022.06.27 08: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국책연구소 풍력발전 기술 中 업체에 누설한 교수 유죄 확정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9일 자신이 일하던 국책연구소의 풍력발전 관련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에 누설했다가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교수에 대한 상고심(2021도3231)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보았으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혐의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교수는 풍력 블레이드(풍력발전기의 날개)의 개발과 인증시험을 수행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소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2017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A교수는 연구소 퇴사 직전 그동한 자신이 연구한 자료와 연구소 자료가 담긴 컴퓨터 파일들을 외부 저장장치에 담아 반출했고, 이렇게 갖고 나온 자료를 토대로 소속 대학과 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에 풍력 블레이드 시험계획서 작성 등의 일을 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교수가 유출 · 사용한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서 첨단기술로 정하고 있지 않아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국책연구소의 연구개발과제는 비밀로 보호해야 하는 보안과제와 널리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일반과제로 분류되는데, 해당 기술은 모두 일반과제에 해당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교수의 행동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지정한 첨단기술을 유출한 것은 아니지만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는 보아야 한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형식적인 분류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의 요건(비공지성, 경제성, 비밀관리성)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누설한 이 사건 기술은 그 자체로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관리성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외국 회사에 이 사건 기술을 누설한 목적은 외국 회사가 단기간에 국책 연구소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그 영업비밀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울러 피고인이 퇴직을 하면서 유출하거나 누설한 이 사건 기술은,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의 내용, 기술개발 과정, 다른 연구원들의 증언, 경제적 가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연구소의 영업비밀 내지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도 유죄로 보았다.

대법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분과 업무상 배임 부분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영업비밀 국외누설 등)에서 '영업비밀', 업무상 배임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 고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누락,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