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동의 안 받고 70대 환자 머리 깎은 간병인, 폭행 유죄
[형사] 동의 안 받고 70대 환자 머리 깎은 간병인, 폭행 유죄
  • 기사출고 2022.07.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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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벌금 30만원 선고

간병인인 A(77 · 여)씨는 2021년 8월 28일 오전 7시쯤 춘천시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B(77)씨를 간병하던 중, 간병을 수월하게 하겠다는 이유로 B씨의 의사에 반해 이발기로 B씨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깎은 혐의로 기소됐다.

춘천지법 박진영 판사는 6월 8일 폭행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2021고정357). 

A씨는 재판에서 "B씨의 머리카락을 깎은 것은 맞으나, 이는 B씨의 승낙에 기한 것이거나, 승낙이 존재한다고 착오한 결과 이루어진 것으로 그와 같은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그러나 "①피해자는 약 20일 동안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2021. 8. 27.경 코에 레빈 튜브(Levin Tube, 위루관, 일명 콧줄)가 연결된 상태로 일반 병실로 옮겨져 피고인으로부터 간병을 받게 된 사실, ②당시 피해자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괴사로 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으나 상반신을 움직일 수는 있었고, 의사 표시도 가능했던 사실, ③피해자의 딸은 위 일자에 피해자를 면회하면서 피고인을 만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이발해도 되는지 묻자,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확인한 뒤 피고인에게 그 의사를 전한 사실, ④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직전 피고인에게 다시 한 번 이발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 사실, ⑤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발 기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삭발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깎는 것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아무런 동의나 승낙을 받은 바 없고,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이 존재한다고 착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2021. 8. 28.경 피해자의 머리를 밀기 전 피해자에게 '머리를 밀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는데, 피해자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저항도 없이 가만히 있어서, 머리를 밀어도 되는 줄 알았다. 피해자는 머리를 모두 깎은 후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라고 진술했다. 박 판사는 "설령 당시의 상황이 피고인의 위 진술 내용과 같다 하더라도, 그 전날에 중환자실에서 전실해 오고 양손이 묶여 있기도 했던 고령의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발 가부에 관한 질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이발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이발에 대한 피해자의 묵시적인 동의 내지 승낙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 피해자의 승낙 유무에 관한 피고인의 착오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