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안' 리스크 대처방안은…"계약 재협상"
'글로벌 공급망 불안' 리스크 대처방안은…"계약 재협상"
  • 기사출고 2022.06.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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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Freshfields 세미나 개최

최근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COVID-19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개개인의 생활은 점차 팬데믹 이전의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아가는 반면, 대부분의 산업과 국제 경제는 COVID-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그에 따른 러시아 제재 그리고 유가 상승 등으로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의 수급 장애 및 물류 네트워크의 붕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는 수출 위주의 대한민국 경제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6월 15일 해외 대형 로펌 프레쉬필즈(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와 공동으로, "국제적 불안정성: 공급망에 대한 영향(Global Instability: Impact on Supply Chains)"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과 프레쉬필즈의 국제중재팀이 공동으로 준비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앤장 국제프로젝트 · 플랜트 · 조선팀 팀장을 맡고 있는 임병우 변호사의 개회사와 프레쉬필즈 아시아 지역 총괄 중재팀장인 니콜라스 링가드(Nicholas Lingard) 변호사의 축사를 시작으로, 공급망 불안 리스크, 가격변동 리스크, 제재 이슈를 다루는 총 세 가지 세션에서 김앤장의 매튜 크리스텐슨(Matthew Christensen) 외국변호사, 박다미 외국변호사, 전동옥 외국변호사, 이형근 변호사와 함께 프레쉬필즈 두바이, 싱가포르, 뉴욕, 동경 오피스의 건설/에너지 프로젝트 및 분쟁 전문 파트너 변호사인 에린 밀러 랭킨(Erin Miller Rankin), 호아킨 테르세노(Joaquin Terceño), 리 로비네스쿠(Lee Rovinescu), 아마니 칼리파(Amani Khalifa), 사만다 탄(Samantha Tan) 등이 발표자 또는 토론자로 참석하여 글로벌 비즈니스 사업장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과 주요 리스크 분석, 경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주요 내용을 세미나의 순서에 따라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1. 공급망 불안 리스크(Supply Chain Risk)

세미나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사태의 원인 및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이 논의되었다. 특히 대응책으로서 (1)계약을 재협상하는 방안과 (2)공급 업체의 지급불능, 파산 등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안이 주로 다루어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6월 15일 프레쉬필즈와 공동으로, "국제적 불안정성: 공급망에 대한 영향(Global Instability: Impact on Supply Chains)"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 기업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6월 15일 프레쉬필즈와 공동으로, "국제적 불안정성: 공급망에 대한 영향(Global Instability: Impact on Supply Chains)"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 기업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발표자들은 기존에 체결된 계약서들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한 조항들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계약 재협상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이런 경우에, 단순히 계약서의 조항에 근거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재협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에 있어서 일부 자재의 공급 부족은 도급업체, 발주처, 그리고 프로젝트에 투자한 대주단 등에게도 도미노 효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 상대방들도 적극적으로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이러한 입장의 배경이다.

다만, 계약 재협상이 경제적 어려움만으로 타결되기는 쉽지 않은 바, 계약 상대방에게도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보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되었다. 즉, 설령 해당 계약서에 글로벌 공급망 부족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방 계약 당사자의 어려운 사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해석 가능한 여하한 조항을 찾아서 재협상의 근거로 제시하는 방안이다. 나아가 발표자들에 의하면, 계약서에서 달리 규정하는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의 준거법에 재협상의 근거가 될 만한 법 원칙이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예컨대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륙법계 법리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이슬람 샤리아법(Sharia law principles) 등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피해를 입는 계약 당사자의 보호를 위한 계약의 재협상 근거가 될 수 있고,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s of Goods("CISG"),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UN 협약의 경우, 계약 체결 당사자 모두 CISG 협약국에 소재하는 경우 당사자들이 달리 계약서에서 그 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 한 공급 계약에 자동으로 적용되게 되는 강행규정인데, 불가항력 상황에 적용되는 CISG Article 79 등을 그러한 재협상의 근거로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급업체 파산 리스크도 잘 살펴야"

계약 재협상과 더불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은 공급업체의 파산 리스크이다. 발표자들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급업체를 미리 확인하고, 이러한 업체의 재무 상태, 업무 수행 지연이 있는 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공급업체로 변경한다거나, 파산의 리스크가 있어 보이는 업체의 자산 등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업체의 지급불능 Risk 등을 관리할 수도 있겠다고 조언했다.

2. 물가 인상 및 환율 변동 리스크(Price Escalation and Currency Fluctuation Risk)

국제 정세 불안정은 가장 직접적으로 시장가격과 환율에 악영향을 준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였다. 미국 노동 통계국에 의하면 2020년과 2021년 사이 목재는 90%, 철/강철은 58%, 플라스틱 공사 자재 가격은 14% 폭등하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평균 공사 가격은 5.2%만 증가하였을 뿐이다. 장기 공사계약을 총액 계약(fixed lump sum)으로 수주한 시공업체에게는 큰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환율도 COVID-19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그 변동 폭이 커졌다. 2021년 초에는 1,083원 정도였던 환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개월째 접어드는 최근에는 1,3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원화로 거래한 이상 이익이 사라지는 상황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 큰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극복을 위하여 많은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는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논의들이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을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일반적 입장이다. 특히 불가항력으로 주장되는 질병 또는 특정 지역의 전쟁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문제 되는 특정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응책은 무엇일까? 계약 협상 단계에서의 사전적인 대응책으로는 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을 헷지(hedge)하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 예로 특정 원자재 가격이 몇 퍼센트 인상되는 경우 계약금액의 변동 또는 재협상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시킬 수 있다.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환율을 고정하거나 어느 특정 기간 동안 환율이 몇 퍼센트 이상 변동하면 이와 비례하여 계약 금액을 조정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

"계약에 헷지 조항 포함 필요"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거래 또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대응책으로는 흔히 계약의 효력을 실효시키는 계약의 해지나 사정변경의 원칙 혹은 계약 목적 달성 불능의 원칙(Doctrine of Frustration) 등이 논의되지만, 이러한 대응책들의 경우 그 적용요건이 매우 엄격하거나 당사자들 간에 법적 분쟁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세션 2의 발표자들도 현실적인 최선의 방안으로 계약 재협상을 제시하였다.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공급망에서 일부 참가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가중되어 그 참가자가 공급을 할 수 없거나 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부분의 공급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여 해당 프로젝트 전체가 실패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프로젝트 참가자 전체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러한 점에 관하여 상호간에 충분한 정보가 교환되고 신의성실에 의한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계약 재협상을 통한 위험의 재분배, 분담을 통해 공급망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러시아) 제재를 포함한 전쟁의 직접적 영향(Direct Impact of War including Sanctions)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초래한 요인들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제재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여 취해진 경제제재 조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취해진 조치에 비하여 그 강도가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UN 차원에서의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제재와 수출통제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유사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금융제재는 물론 상당히 강력한 수준의 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 관련 사업을 해온 기업들은 이와 같이 국내에서 시행 중인 경제제재나 역외적용되는 미국의 2차 제재에 따른 리스크는 물론, 러시아가 이러한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하여 시행 중인 역제재 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가 도입한 제재 대응 조치는 외환 및 금융, 지식재산권, 증권과 부동산 거래, 수출입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매우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러 국가에 걸쳐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 리스크의 관리 측면에서는 제재 규정 중에서도 특히 제재법 준수(sanctions illegality) 규정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러한 규정에서 말하는 '적용 가능한 제재법'이 무엇인지를 특정하고 '제재법의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실무상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과 같이 자국의 제재 법규를 역외적용하는 2차 제재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와 이러한 2차 제재 규정에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소위 '2차 제재 준수 금지 법규(blocking statute)'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러시아)가 병존하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같이 러시아 관련 거래에 관여를 하는 경우 서방국가와 러시아 양측의 경제제재 법령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그로 인한 Risk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의 기업들은 러시아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러시아 관련 사업 관계를 종료하려고 해도 이를 위한 계약상 근거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전쟁이나 경제제재 등으로 인하여 그 이행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불가항력이나 제재 관련 계약 조항의 작성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계약상 분쟁해결제도 무력화 조치' 주목

한편 경제제재로 인한 리스크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기존의 계약상 분쟁해결제도를 무력화시키려는 러시아의 조치이다. 즉, 러시아는 제재 대상자인 러시아 개인이나 기업이 계약상 중재 또는 관할 합의를 무시하고 러시아 법원에 분쟁해결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 법령도 도입하였는데, 앞으로 이로 인한 다수의 병행 소송이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특히 러시아 제재 관련 계약의 체결이나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는 전문가들로부터 구체적인 자문을 받아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발표자들의 공통적 견해였다.

이번 세미나는 정부의 COVID-19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대면 세미나 및 줌(Zoom)을 통한 실시간 화상 세미나의 동시 진행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시의 적절한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문의: arbitration_news@kimchang.com).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