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두 달간 349건 처리' 과로사한 검사, 국가유공자 아니야 
[행정] '두 달간 349건 처리' 과로사한 검사, 국가유공자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6.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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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가 수호 · 안전보장 등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 아니야"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해 숨진 검사의 배우자가 보훈보상대상자로만 인정하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지청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검사가 수행한 업무가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4월 26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A검사(사망 당시 35세)의 배우자가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9571)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근무하던 A검사는 2018년 9월 7일 00:58경 천안시에 있는 관사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후 내리기 직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같은날 02:48경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이에 A검사의 배우자가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했고, 서울남부보훈지청이 과로와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해 A씨를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했으나, 국가의 수호 및 국민의 생명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일어난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자, A검사의 배우자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되기 위하여 필요한 '직접적인 원인관계'는 단순히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망 또는 상이가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A검사가 수행한 업무가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관련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A의 위 업무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 예정하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가유공자비해당결정처분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 제2호의 2-1 라목에 예시된 '재난관리 및 안전관리, 산불진화, 요인경호, 감염병 환자의 치료 또는 감염병의 확산방지, 화학물질 ·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취급, 국외 위험지역에서의 외교 · 통상 · 정보활동 등'의 업무는 생명 · 신체에 대해 현존하는 위험이 고도로 내재된 직무라고 할 것인데, A가 주로 수행한 업무는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범죄의 수사, 공소의 제기, 재판의 집행 지휘 · 감독 등이고, A가 사망하기 직전 6개월간의 업무 내역을 보더라도, 생명 ·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뒤따르는 직무라고 볼 만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며 "A의 업무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 제2호의 2-1 라목에 규정된 업무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검사는 2018. 2. 5. 천안지청에 전입하여 2018. 7. 18.까지 약 5개월 동안 공판검사로 근무하면서 공소유지 및 재판의 집행, 위증수사 업무를 처리하였고, 718건의 사건을 담당했다. 이어 2018. 7. 19.부터 2018. 9. 6.까지 북한이탈주민 및 소년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검사로 근무하였는데, 근무 기간 중 453건의 사건을 배당받아 349건의 사건을 처리하였고, A검사가 검토한 기록 쪽수는 25,484쪽에 이른다. A검사는 대체로 오전 8시 전후로 출근하고, 야근을 한 경우 밤 10~11시까지 근무했으며, 2018년 3월경부터 2018년 8월경까지 최소 135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 7월에는 초과근무시간이 36시간, 2018년 8월에는 38시간에 이르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