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누적 적자 없어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인정되면 정리해고 가능"
[노동] "누적 적자 없어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인정되면 정리해고 가능"
  • 기사출고 2022.06.1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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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근로자 3명 정리해고한 넥스틸에 승소 판결

기업이 지속해서 적자를 내지 않았더라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면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9일 강관제조업체인 넥스틸이 "생산직 근로자 3명을 정리해고한 것을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71604)에서 이같이 판시, 넥스틸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광장과 법무법인 지평이 넥스틸을 대리했으며, 정리해고된 근로자 3명이 피고보조참가했다.

넥스틸은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2015년 3월경 한 회계법인에 경영진단을 요청했는데, 회계법인에선 2015년부터 매출액과 영업손익 급감 예상, 매출 급감으로 인한 자금수지 악화 등 재무 위험, 미국의 유정관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한 향후 가격 경쟁력 하락 등 시장과 환경 위험, 가용자금 부족으로 제품 생산과 회사 유지비용 부족, 생산량 감소로 인한 유휴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 가중 등 경영악화 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생산직 인력을 현행 3개조 248명에서 1개조 65명으로 축소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넥스틸은 2015년 4월 정리해고 순서로 '생산직 근로자 150명 정도의 구조조정, 임원과 사무직 근로자 급여 기준 50% 절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구조조정 계획을 사내에 공고했다.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임원 6명과 사무직 근로자 1명이 퇴직하고,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생산직 근로자 137명이 희망퇴직으로 사직했다. 넥스틸은 이후 또 한 번의 경영진단을 거쳐 2015년 9월 노조에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 정리해고 추진 일정 등을 통지하고 근로자 5명에게 해고 대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통보한 후 사직서를 제출한 2명을 제외한 3명을 10월 16일자로 정리해고했다. 이에 정리해고된 근로자 3명이 구제를 신청,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자 넥스틸이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넥스틸의 정리해고가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는가가 쟁점이 됐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아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정리해고 당시 넥스틸에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자 넥스틸이 상고했다. 넥스틸과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 66조 2항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업의 축소,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의 중대한 사유에 의하여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1다60193 등)을 인용, "긴박한 경영상 필요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감축이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인원 감축은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는 정리해고를 할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로서는 정리해고 당시 급격한 영업의 침체와 유동성 위기가 단시일 내에 쉽사리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그에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 감축을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도 합리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015. 3. 말을 기준으로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과 미국 내 에너지 산업 침체로 원고의 주력 상품인 유정관과 송유관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였고, 미국의 원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효과 등으로 유정관 판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원고의 선적 기준 매출액,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등은 2014년도에 비하여 급감하였고, 향후에도 악화된 업황의 회복이 예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강관업체 전반의 위기 상황 속에서 원고는 급격한 영업의 침체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2015. 8. 31. 기준으로 원고의 총차입금은 2014년도에 비해 약 2배 정도 늘어났고, 특히 단기차입금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으며, 원고의 자기자본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2014년 87%에서 224%로 급격히 증가하였다"고 지적하고,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이 이루어진 후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 잔여 인원이 적다고 하여 긴박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단체협약 제66조 제2항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사업의 축소,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의 중대한 사유에 의하여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사유를 예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반드시 지속적인 적자 누적 등이 있어야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