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어머니 따라 성 · 본 바꿨으면 어머니 쪽 종중원"
[민사] "어머니 따라 성 · 본 바꿨으면 어머니 쪽 종중원"
  • 기사출고 2022.06.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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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부 종중에서도 탈퇴, 모 종중원 자격 박탈하면 평등에 반해"

출생신고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어머니의 성과 본관을 따르게 된 사람은 어머니 쪽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5월 26일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성씨를 바꾼 이 모씨가 "종원 지위를 확인하라"며 어머니가 속한 용인 이씨 A종중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60940)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가 피고 종중의 종원임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혜인이 이씨를 대리했다.

이씨는 1988년 아버지의 성과 본인 '안동 김씨'로 출생신고되었으나, 성년이 된 뒤인 2013년 12월 가정법원에 성 · 본 변경허가를 신청해 어머니를 따라 성과 본을 '용인 이씨'로 바꿨다. 이후 이씨가 어머니 쪽 종중인 A종중에 종원 자격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A종중이 임원회의를 열어 이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하자 이씨가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A종중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2005년 7월 21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2다1178)을 인용,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전제하고,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조리상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보게 되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헌법이념과 민법의 개정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부의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그것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경우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출생 후에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한 경우에도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변경된 자녀는 더 이상 부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아 부가 속한 종중에서 탈퇴하게 되므로, 동시에 여러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된 경우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중이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기는 하나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되었으므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어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종원 자격이 인위적으로 변동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성년인 원고는 모의 성과 본에 따라 성과 본이 변경된 이상 모가 속한 종중인 피고의 종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피고의 정관에서도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지 않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 녀'를 종원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원고는 피고의 종원이고, 피고가 원고의 종원으로서의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